호남취재본부
"국민학교 때 사귄 '잉꼬부부' 60년차입니다"
호남취재본부| 2024-05-21 11:30
박상영 교수와 이영란 순천시의원이 그림 같은 집 마당에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박대성 기자.

[헤럴드경제(순천)=박대성 기자] 매년 5월 21일은 '둘(2)이 만나 하나(1)가 되는 날'이라는 의미에서 태동된 '부부(夫婦)의 날'.

얼핏 '숫자 조합' 같기도 하지만 이 날은 2007년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제정된 정식 국가기념일이다.

평등하고 민주적인 부부 문화를 만들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로 갈수록 퇴색되고 있는 부부와 가정의 의미를 다시금 새겨보는 날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때 만난 여자친구와 혼약을 맺고 신조처럼 지켜가고 있는 아름다운 부부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잉꼬(원앙) 부부'로 소문 난 박상영(66) 광주대 교수와 이영란(65) 순천시의원 부부.

이들의 인연은 초등학교 2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민(초등)학교 2학년 때로 기억하는데, 그 때 무슨 그런(사랑하는) 감정이 있었겠어요? 당시 아내 얼굴이 예쁘고 공부를 잘 해서 그랬는지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남편)

짝사랑을 하던 남편은 순천중(순천고 전신)을 다니면서도 이웃 학교인 순천여중에 다니던 영란씨를 좋아했다고.

선친의 높은 교육열로 인해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교 진학을 위해 서울로의 진학을 앞두고 쓴 연애편지는 지금 읽어도 오글거리고 쑥스럽단다.

"당시 저희 어머니가 고등학생이 여자친구를 사귄다는 소문에 궁금했나봐요. 그래서 순천여고를 찾아가 아내 얼굴을 보니 '귄'도 있고 마음에 들어했어요. 그래서 허락 하에 편지를 주고 받으며 사귀게 됐죠"(남편)

"여고 시절 저는 뭔가를 상상하는 아이였어요. 남편과는 여고졸업 후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사귀게됐는데 한 번씩 '씨익' 웃는 그 모습에 반해서 결혼까지 하게 됐네요"(아내)

두 사람이 20대 초반에 찍었던 앨범 속 추억의 사진.

두 사람은 26살 때 결혼해서 40년 이상을 한 방에 살고 있지만 조심하는 것이 하나 있다고 한다.

동창생이지만 지금까지도 존댓말을 쓰고 있다. 존칭을 쓰면 무심코 내뱉는 나쁜 언어습관이 줄고 상대방을 예우한다는 측면에서도 양존하게 됐다.

두 사람은 남들 다하는 부부싸움도 거의 하지 않는다.

"가끔 화가 나면 순간 소리는 지르죠. 그런데 그 이상 크게 싸워 본 적이 없어요. 우선 성질이 나면 남편이 자리를 피하고 화를 삭히고 들어 와 금방 풀어져요"(아내)

이 의원은 결혼 초기에는 시동생(박상철 국회 입법조사처장·전 경기대 교수)과 손아랫시누이까지 대가족을 부양하느라 힘들었지만 한 번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

'12남매'로 부대끼며 살아 왔다는 이 의원은 시동생들과 서울에서 같이 살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줄곧 시부모를 모시고 살았다.

그래서인지 부부가 자녀들에 늘상 강조하는 당부도 "어른 공경"이다.

전업주부 시절 자녀들에게 책을 많이 읽히고 오감교육에 온 신경을 썼다는 이 의원은 만학도 대학생이 돼 향학열을 불태우는 모습을 보고 자란 자녀들에도 모범이 됐다.

엄마가 밤새 책을 펴놓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공부에 매진해 3명 모두 명문대학에 진학한 것도 보람이다.

'2녀 1남'을 뒀는데 두 딸 모두 서울대학교를 졸업해 장녀는 아주대 교수, 차녀는 변호사, 런던대를 나온 아들은 모 자산운용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박 교수는 보험회사에 근무할 당시 미국 뉴욕에서 1년 간 생활하던 경험을 녹여 영어는 능숙치 않았지만 고향 순천에 초등생 영어학원을 차려 큰 성공도 거뒀다.

외국인 강사가 드물던 90년대 원어민 강사를 초빙해 지역 학원가에서 부와 명성도 얻었지만 경쟁학원이 많이 나오고 사양길에 접어 들자 미련없이 접었다.

이후 정치인의 삶도 꿈꿨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대신에 아내가 청암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시절 민주당의 입당 제안을 받고 출마해 지금은 재선 시의원이 돼 맹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만족해하고 있다.

박 교수는 '부부의 날'을 맞아 결혼관에 대해서도 한 마디 빼놓지 않았다.

그는 "결혼이라는 것은 서로 배려하고 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아내 이 의원도 "우리집 양반(남편)이 저한테는 굉장히 자존감을 키워 준 사람으로 지금도 고맙다"며 "출근할 때면 항상 용기와 격려를 해 줘 의정 생활에 힘을 내는 자양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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