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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믿을 어린이 집…” 워킹맘 출산 기피
뉴스종합| 2015-01-16 11:08
민간 어린이집 잇단사고에 불안감…공립에 보내기는 하늘의 별따기
작년 서울시 출산율 0.968명 불과…‘무자녀’ 가정 증가 위험수위


최근 인천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음식을 남겼다는 이유로 4살짜리 아이의 머리를 내리친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아이를 믿고 맡길만한 공립 시설은 신청자가 몰려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된지 오래고, 사립은 폭행 사건에다 심지어는 썩은 음식물까지 먹이는 ‘인면수심’의 범죄가 끊이지 않고 터지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저출산을 막기 위해 애를 낳으라고 장려하지만, 각종 아동학대 사건에 치솟는 사교육비 부담으로 가뜩이나 아이를 키우기 힘든 마당에, 이젠 믿고 맡길만한 곳도 찾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전국 어린이집 4만2830곳에 들어가려고 기다리는 인원이 46만3188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ㆍ공립 어린이집 경쟁률은 더 치열하다. 전국 4702개 국ㆍ공립 어린이집 대기인원은 22만882명으로 민간 어린이집보다 약 7.8배 더 들어가기 힘들다. 맞벌이 부부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국ㆍ공립 어린이집 들어가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라 차선책으로 민간 어린이집을 보낼 수밖에 없는데 사고가 계속 터지면 어떻게 하냐는 것이다.

마포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한 워킹맘은 “복직을 할 생각에 3살, 4살 딸을 민간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등록까지 했다가 인천 어린이집 사건을 보고 결국 일년 더 데리고 있기로 했다”면서 “퇴직을 해야하나 고민 중”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맞벌이 부부들의 경우 양가 부모나 아이 돌보미에게 자녀를 맡기는 것도 한계가 있다. 때문에 대부분 아이가 젖을 떼면 울며겨자먹기로 영아 어린이집 등에 보내는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어린이집을 둘러싸고 각종 사고는 물론 아동 학대까지 발생하니,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곳’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실제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전국 아동보호기관에는 총 6796건의 아동학대가 접수됐다. 상당수가 부모에 의해 벌어졌지만, 어린이집 학대도 3.0%에 달했다. 아동복지시설 5.3%, 유치원 0.8%, 기타복지시설 0.4%까지 합치면 10% 남짓이 아동관련 시설에서 아동 학대가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급기야 ‘차라리 아이를 낳지 말자’는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결혼 2년차 맞벌이 부부 김모(31ㆍ여) 씨는 “애를 키운다는 것 자체가 겁이 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세월호 침몰로 수백명의 아이들이 그렇게 간 것도 큰 충격이었는데 잊을만 하면 어린이집 문제가 터지고 있다”면서 “애를 낳아도 제대로 키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아직 신혼인 정모(29ㆍ여) 씨도 “이번에 터진 학대사건이 처음도 아니고 잊혀질만 하면 한 번씩 불거지는 문제가 아니냐”며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애만 낳으라는 정부도 무책임하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합계출산율은 0.968명으로 나타났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한 명이 평생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를 뜻한다. 즉, 서울에 아이 한 명조차 낳지 않겠다는 부부가 많다는 것이다. 전국 평균도 1.187명으로, 채 두 명이 되지 않는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저출산 현상에 대해 늦어지는 결혼이나 결혼관의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보고있다. 특히 결혼한 직장 여성들의 일ㆍ가정 양립의 어려움은 출산을 저해하는 대표적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 원장은 “어린이집 문제로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걸 보편적인 현상이라 보긴 어렵지만 자신의 아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공포감은 분명 존재한다”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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