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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인’이 던진 숙제... 권력의 이해에서 희생되는 개인
엔터테인먼트| 2011-03-11 09:58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의의 활약을 밀도 높게 그려온 SBS 20부작 드라마 ‘싸인’이 대권 도전자라는 권력의 힘으로 계속 살인을 하던 강서연(황선희)을 잡기 위해 천재법의학자 윤지훈(박신양)이 의로운 죽음을 택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싸인’은 트럭연쇄살인범 미군의 한인살인사건 대기업 연쇄의문사사건 망치연쇄살인사건 등을 법의학 관점에서 다뤘지만 대미를 장식한 건 아이돌스타 서윤형의 죽음을 파헤치는 작업이었다.

이 사건은 국가나 집단의 권력이 이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희생되는 개인에 대한 주의 환기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싸인’은 서윤형 사건을 맨 처음에 배치하고 후반부에 고스란히 살려 대미를 장식하게 했다. 제작진이 이 사건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0일 방송된 최종회는 윤지훈이 죽은 채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해 충격 강도를 높였다.

‘싸인’은 권력을 등에 업고 휘두르는 폭력을 막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를 대권후보자 강중혁 의원의 딸 강서연이 자행하는 잇딴 살인사건을 통해 보여주었다. 살인사건의 범인이 밝혀지는 걸 막기 위해 권력에 빌붙는 변호사와 정치검사가 등장하고, 권력이 필요했던 국과수 이명한 원장(전광렬)이 합작함으로써 부검 결과를 쉽게 조작됐고 증거도 자주 인멸됐다. 아예 강서연은 윤지훈의 집에 찾아와 “잘 해보라”고 비웃듯 말하고 사라졌다. 게다가 강서연의 살인사건은 우발적인 사건도 아니며 ‘사회적 루저’의 사이코패스류와도 다른, 권력을 이용한 살인행위다.

결국 “부검대에 올라오면 누구든 같다”며 ‘진실’을 추구하는 부검의 윤지훈이 강서연을 집으로 끌여들여 자신을 살해하는 과정을 CCTV로 찍히게 해 ‘싸인’을 남김으로써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런 윤지훈이 현실주의자로 보이지 않고 이상주의자로 여겨지는 것은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일 수 있다. 이 드라마는 국과수의 독립을 위해 ‘권력’이 필요했지, 권력의 시녀가 되고자 한 건 아니었다며 회개해 의로운 고다경(김아중)이 윤지훈의 부검을 할 수 있게 한 이명한이 더 현실적인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만든다.

‘싸인’은 최종회을 급하게 제작하느라 후반작업을 제대로 못해 한동안 대사가 나오지 않았고 화면조정 시간에 나오는 컬러바 화면까지 등장하는 방송사고가 터져 오점을 남겼다. 이날 시청률은 자체 자체 최고인 25.5%(AGB닐슨).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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