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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대에 길잃은 ‘메이드인스위스’ 전략…신순재 코트라 취리히KBC 차장
뉴스종합| 2011-05-16 09:39
스위스는 경상도 보다 조금 큰 면적에 인구 780만명이 사는 소국(小國)이다. 그러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7만달러에 육박하며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덴마크 등과 함께 유럽 최고의 부국(富國)이다.

흔히 스위스하면 알프스, 하이디, 요들, 퐁듀, 수제 초콜릿 등을 떠올린다. 취리히 공항의 셔틀 기차에선 요들송과 알프스의 소 울음소리가 나올 정도로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느낌이 스위스의 잘 알려진 첫 인상이다.

스위스적인 것은 아름다운 자연 풍광 뿐만이 아니다. 조류독감의 항신제로 잘 알려진 타미플루 제조 제약업체인 로슈, 조지 클루니 출연 광고로 유명한 네스프레소 제조사인 네슬레, 럭셔리 시계 제조사인 오메가와 롤렉스, 스와치, 의류 명품 발리 등은 모두 스위스 업체들이다. 그 뿐인가. 세계적 금융업체 UBS, 크레딧스위스와 악스포, ABB, 힐티, 만터보 등 세계적인 철도, 기계회사들도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다. 세계 수요가 고작 몇t에 불과한 수만 종의 전문 화학 제품도 ‘메이드 인 스위스(made in Swiss)’인 경우가 허다하다.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과 제품이 많다 보니 메이드 인 스위스에 대한 스위스인의 자부심도 크다.

조그만 나라에 독일어와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 3개 언어가 통용돼 지역마다 문화가 다르지만 ‘스위스산’은 공통의 자부심이다. 슈퍼마켓에선 고가의 스위스산은 독일 등 인근 유럽 국가 혹은 제3국의 제품에 비해 우선적으로 선호된다. 기차 일정이 자주 지연되고, 취소되는 프랑스와 독일을 지나 스위스에 들어서면 ‘우리는 제 시간에 정거장에 도착한다’는 기차 안내 목소리에서도 스위스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스위스 정부는 자국산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엄격한 원산지 조건을 적용할 뿐만 아니라 ‘스위스 메이드(Swiss Made)’라는 라벨제도를 운영한다. 빨간 바탕의 십자가 모양에 스위스 국기를 부착한 제품이라면 고급한 메이드 인 스위스를 연상하도록 하는 것이다. 해외에서 스위스 브랜드 제고를 위해 활동하는 ‘스위스 프레젠스(Swiss Presence)’는 정부 기관도 따로 두고 있다.

그런데 최근 스위스에선 ‘스위스산’ 보호 정책에 대한 이견이 분분하다. 글로벌 시대에 과연 스위스산 조건을 엄격하게 고수하는 게 가능한 지,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선 이런 보호책이 오히려 스위스산의 경쟁력 하락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식품 분야에서 스위스산 논쟁은 가장 뜨겁다. 농부 연합은 스위스산 원재료가 80% 이상이어야 스위스산으로 인정된다고 주장하다. 반면 식품 가공업체들은 가공식품에 따라 스위스산 원재료 비율을 보다 낮춰야한다는 다소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이처럼 ‘스위스 메이드’를 둘러싸고 농업계, 제조업계, 유통업계, 정부, 소비자, 무역 파트너 등 여러 이해 관계가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혀있다.

지금 ‘스위스 메이드’는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기로에 서 있다. 자국 국내 산업의 보호 수단이 아닌 국가 브랜드 제고의 매개로서 기능과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려면 보다 다양한 사회계층의 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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