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형 커피로 대변되는 대한민국 커피의 시계추가 믹스형과 에스프레소 커피를 거쳐 공정무역 커피 시대를 가리키고 있다. 대한민국 커피의 DNA가 ‘착한 커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무역 커피는 제3세계 커피 농가에 합당한 이윤을 지불하며 들여온 커피로, 아동 노동력 착취 없이 친환경적으로 재배됐다는 점에서 일명 ‘착한 커피’로 통한다.
공정무역 커피는 DNA 구조가 착한커피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커피보다 20~30% 비싼 가격 때문에 메이저 커피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부턴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CJ, 롯데, 동서식품 등 메이저 기업들이 줄줄이 공정무역 커피에 눈을 돌리면서 공정무역 커피의 대중화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 CJ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는 지난 10일 강남역 인근에 자매 브랜드인 투썸커피를 열면서 드립커피를 제외한 모든 커피 메뉴를 공정무역 커피로만 구성했다. 스타벅스가 매장에서 자사의 공정무역 커피 ‘카페 에스티마 블렌드’를 판매한 사례가 있지만 유명 커피체인점이 거의 모든 커피 메뉴를 공정무역 커피로 만들어 팔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CJ푸드빌 측은 “공정무역 커피는 대량생산이 어려워 물량 확보 문제 때문에 드립커피는 불가피하게 자유무역 원두를 쓰게 됐다”며 “물량 확보만 된다면 드립커피까지 공정무역 커피로 바꿀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고급화 경쟁이 치열한 캔커피 음료시장도 공정무역 커피 바람에 휩싸였다. 롯데칠성은 지난달 23일 공정무역인증기구(FLO)의 공인을 받은 공정무역 원두만을 사용한 캔커피 ‘칸타타 베스트 컬렉션’ 2종을 출시했다. ‘콜롬비아’와 ‘브라질 블렌드’ 2종의 공정무역 캔커피는 출시 20일 만에 매출 10억원을 돌파하는 등 소비자의 호응도 뜨겁다.
공정무역 커피는 한국인의 입맛을 길들여온 믹스커피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2002년부터 공정무역 커피 사업을 해온 아름다운커피에서 지난달 공정무역 커피믹스를 출시한 것. 공정무역 커피믹스는 일반 제품보다 가격이 1.5~2배 비싸지만 유기농 식품전문매장이나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인기몰이가 한창이다.
아름다운커피 측은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공정무역 커피믹스 캠페인 사이트를 오픈하고 서영희, 박희순 등 홍보대사들과 함께 대대적인 판촉행사를 벌이기로 했다. 아름다운커피는 지난해 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는 5월 말 현재 18억원어치를 판매했다. 국내 최대 커피업체인 동서식품도 공정무역 커피 대열에 합류한다.
이르면 올 하반기 공정무역 커피로 만든 신제품을 선보인다는 게 동서식품의 계획이다. 이창환 동서식품 대표는 최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공정무역 커피 등에 대해선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현재 외국의 커피농장 등과 공정무역 커피에 대해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공정무역 커피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공정무역 커피 신제품 출시를 예고했다.
지난해 국내 공정무역 커피시장은 50억~60억원 규모다. 커피업계는 올해는 이보다 150%가량 늘어난 120억~150억원을 전망하고 있다. 아름다운커피 관계자는 “올해는 제품 형태와 유통 채널이 다양해져 공정무역 커피 대중화의 원년으로 기록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