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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시인의 새 시집 엿보기
라이프| 2011-06-16 08:16
도종환 시인의 새 시집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가 다음달 나온다. 이 시집은 “내 인생은 하루 중 몇 시쯤인가”란 물음에서 시작했다고 시인은 말한다. 뜨겁고 치열했던 12시 전후를 지나 오후시간은 의기소침한 채 지냈다고 했다. 저무는 시간만 남았는데 이대로 어두워지는가. 아름다운 노을이 하늘을 황홀하게 물들이는 시간이 한 번쯤 허락된다고 믿고 살자고 시인은 다시 몸과 마음을 추스른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희망, 인간의 지혜, 불굴의 인간 정신이라는 믿음 위에 표제시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가 탄생했다.

산벚나무 잎 한쪽이 고추잠자리보다 더 빨갛게 물들고 있다 지금 우주의 계절은 가을을 지나고 있고, 내 인생의 시간은 오후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에 와 있다 내 생의 열두 시에서 한 시 사이도 치열하였으나 그 뒤편은 벌레 먹은 자국이 많았다//이미 나는 중심의 시간에서 멀어져 있지만 어두워지기 전까지 아직 몇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이 고맙고, 해가 다 저물기 전 물들이는 찬란한 노을과 황홀을 한번은 허락하시리라는 생각만으로도 기쁘다//머지않아 겨울이 올 것이다 그때는 지구 북쪽 끝의 얼음이 녹아 가까운 바닷가 마을까지 얼음조각을 흘려보내는 날이 오리라 한다 그때도 숲은 내 저문 육신과 그림자를 내치지 않을 것을 믿는다 지난봄과 여름 내가 굴참나무와 다람쥐와 아이들과 제비꽃을 얼마나 좋아하였는지,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보낸 시간이 얼마나 험했는지 꽃과 나무들이 알고 있으므로 대지가 고요한 손을 들어 증거해줄 것이다//아직도 내게는 몇 시간이 남아 있다/지금은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 전문)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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