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시한 넘긴 최저임금안...올해 결정 못하면 “내년 신규 채용자 최저임금 기준 없다”
뉴스종합| 2011-07-01 10:34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측 위원이 모두 사퇴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지난 4월 초 최저임금 위원장 선출때부터 노동계의 반발로 파행되더니 결국 최저임금 결정 시한을 지키지 못하고 노사측 위원들이 모두 사퇴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의 조정력 부재 속에 노동계와 경영계의 지나친 신경전이 지금의 상황까지 몰고 왔다. 이들이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지 못하면 기존 근로자들은 올해 최저임금을 적용받게 되지만, 신규 채용 근로자들은 최저임금 기준이 사라지게 되는 극단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근로자임금 절반 vs 동결=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의 협상은 25%의 차이를 두고 시작됐다. 노동계에서는 올해 4320원보다 25.2% 오른 5410원을 제시했으며,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했다. 노동계에선 근로자 평균 임금의 절반은 되어야 한다는 논리로 5410원을 제시했으며, 경영계에선 설문조사 결과 중소기업 절반 가량이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동결을 고집했다. 이후 이들의 주장은 경총 건물을 점거하는 등의 실력행사 속에 노동계 4780원, 경영계 4455원까지 좁혀졌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양측의 공방에서 최저임금법에 명시되어 있는 최저 임금 산정 근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현행 최저임금법 4조에는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한다’고 규명되어 있다. 이 조항은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노사가 합의해 결정하라는 뜻이 담겨 있는 셈이다.

사실 최저임금위원회가 파행으로 얼룩진 것은 이번 뿐만 아니다. 지난 1988년 최저임금법이 처음 적용된 이래 24년 동안 매년 최저임금이 정해졌지만, 법의 취지를 살려 노사 만장일치로 결정된 경우는 4번 밖에 없었다. 대부분이 노동계나 경영계가 불만족을 표시하며 퇴장한 상태에서 표결로 결정됐다. 법에 따른 합의보다는 노동계와 경영계의 지루한 힘겨루기 끝에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안이한 고용노동부=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사퇴하는 상황이 발생했지만, 정부는 다소 느긋한 모습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양측이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이들 행동도 결국 협상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다음주 중에 회의를 다시 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저임금위원회에 소속된 위원들이 사퇴서를 제출하더라도 정부가 수리하지 않는 이상, 이들의 사퇴는 효력이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고용부 측의 설명대로라면 노동계와 경영계의 사퇴가 최저임금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을 하기 위한 ‘헐리우드 액션’일 수 있다. 과거에도 노사 가운데 한 측이 퇴장하거나 사퇴한 경우는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법을 집행하는 정부가 이를 용인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최저임금법에 나와 있듯이 3월31일까지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을 요청해야 하고, 최저임금위원회는 이에 따라 90일 이내에 최저임금안을 의결하고 고용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고용부 장관은 8월 5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올해 결정 안되면, 노동계 불리=만약에 올해 안에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안을 결정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올해 적용받고 있는 최저임금은 오는 12월 31일까지만 적용되며, 내년에는 효력이 없어지게 된다.

일단 최저임금을 결정하지 못하면 경영계보다는 노동계에 현실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고용부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지 못하면, 기존에 고용되어 있는 근로자는 올해 최저임금을 내년에도 적용받게 된다. 기존에 근로관계를 맺고 있는 근로자의 경우 후퇴한 근로조건을 적용하기 어렵기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되지 않더라도 올해보다 악화된 기준을 적용하지 못한다.

문제는 신규 채용자들이다.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이 결정되지 않으면, 이들 신규 채용자들은 최저임금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 결국 사용자가 올해 최저임금 이하로 근로계약을 맺더라도 근로자가 대항할 근거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되지 못하면 저소득 근로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법정시한은 넘겼지만, 7월 중순까지는 내년 최저임금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도제 기자 @bullmoth>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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