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독약품, 독일 제약회사와 47년 합작 유지
한독약품(대표 김영진)이 국내 기업 사상 가장 오래된 합작투자회사 기록을 보유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반면 합작 파트너는 3번이나 이름과 국적이 바뀌었다.
한독약품은 1964년 독일 훽스트(Hoechst)제약과 75대25 지분으로 합작법인을 신고하고 국내 10번째 합작사가 됐다. 현재 1∼9호 합작사는 모두 사라지고 한독약품만이 유일하게 남은 상태다.
한독약품은 1954년 김신권(90ㆍ현 명예회장) 사장이 설립한 연합약품주식회사가 전신. 1957년 당시 세계에서 가장 제약기술이 우수한 독일 훽스트제약과 기술제휴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런 인연으로 1958년 한독약품으로 이름을 바꿨다. 1959년 4월 서울 상봉동에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적으로 의약품 생산을 시작했다.
1964년 4월에는 훽스트 사와 25대75로 합작투자를 단행, 합작회사가 됐다. 훽스트는 1990년대 세계적인 제약사 인수합병 붐에 따라 1997년 프랑스 제약사 루셀-위클라프를 인수한 데 이어 2000년엔 프랑스 롱풀랑-로라 사를 합병, 아벤티스파마란 새로운 이름으로 변경됐다. 따라서 2000년엔 자연스럽게 합작대상이 아벤티스가 됐으며, 그 사이 지분도 50%로 늘어났다. 이후 프랑스의 사노피-신데라보 사가 2005년 아벤티스를 인수하면서 다시 한독약품-사노피 아벤티스 체제가 출범하게 됐다. 합작 파트너의 족보가 3번이나 바뀐 것이다.
1958년 김신권 연합약품(현 한독약품) 사장이 서울 상봉동 제1공장 기공식에서 독일 훽스트제약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첫 삽을 뜨고 있다. |
하지만 한독약품과의 합작관계는 그대로 유지돼 왔다. 경영권 역시 한독약품이 독자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2006년에는 아예 독립경영을 선포하기도 했다. 사노피 아벤티스는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란 한국법인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오랜 합작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된 데는 ‘신뢰’와 ‘정도경영’이 바탕이 됐다. 창업주인 김신권 명예회장은 만주에서 태어나 신의주에서 자란 인물로, 동향 출신의 조선 거상 가포(稼圃) 임상옥을 존경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상옥의 인간존중과 정직의 정신을 높이 사 이를 기업활동에서 실천하고자 애써왔다는 게 한독약품 측의 설명이다.
한독약품 관계자는 “6ㆍ25전쟁 직후 훽스트와 같은 좋은 의약품을 공급한다는 정신으로 회사를 설립했다”며 “정직과 신뢰라는 창업정신을 지켜가고 있어 반세기 합작관계가 유지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독약품은 ‘아마릴’ 시리즈로 유명한 당뇨병 치료제 국내 1위 판매업체로, 오리지널 의약품 생산ㆍ판매로 지난해 32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