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개강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든 학생과 부모의 얼굴엔 짙은 그늘이 드리워진다. 수백만원이 쓰인 고지서를 한두번 받아본 것도 아닌데 받을 때마다 무거워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좌절만 하진 않는다. 부모님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학업을 이어나가기 위해 많은 학생들은 열심히 노력한다. 이수현(25ㆍ여ㆍB대 중문과)씨도 마찬가지다. 지난 한 학기 휴학을 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마지막 학기 등록금을 모았다. 학자금 대출도 조금씩 갚아나가고 있다.
▶대학 입학 후 아르바이트 쉬어본 적 없어= 이씨는 대학 입학 직후부터 지난 겨울까지는 주말마다 예식장에서 예도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침 9시부터 저녁까지 주말 이틀을 모두 반납해가며 일을 해서 번 돈은 매달 40만원 정도. 이 돈은 생활비와 학자금 대출 이자를 갚는 데 쓰였다.
졸업을 앞두고 지난 3월에는 휴학을 한 후 서울의 한 회사에서 안내 데스크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필리핀 단기 연수프로그램을 지원할 생각으로 휴학을 결정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포기하고 대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대학 입학 후 6학기 동안 2000여만원 정도의 학자금대출을 받았는데 상환 시기도 다가오고 대출 이자도 지불해야해서다.
열심히 일한 덕에 이씨는 얼마 전 입학 당시 대출 받았던 학자금 400여만원을 갚을 수 있었다. 또한 아르바이트 비용으로 마지막 학기에 수강할 두과목 강의료(120만원)도 마련해놨다.
이씨는 “부모님이 식당을 운영하시는데 장사가 잘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 등록금이나 내 뒷바라지 비용으로 부담을 느끼게 하고싶지 않았다.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 당장 등록금 걱정을 하지 않고 나중에 갚아나갈 수 있으니 생각했다”고 말했다.
▶몸에 밴 근검절약…외국어 학원 대신 독학=덕분에 이씨는 늘 근검절약한다. 오전 8시에 출근해 저녁 6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씨는 주 5일 근무에 150만원을 번다. 세금을 제하고 나면 138만원정도가 남는다. 방 세, 생활비, 식비 등 꼭 필요한 곳을 제외하곤 돈을 최대한 아끼려고 노력한다.
이씨는 친동생과 학교 친구 2명과 함께 방 2개짜리 주택에서 자취를 한다. 월세 55만원은 친구들과 나눠서 지불하고 각각 5만원씩 모아서 각종 공과금과 식비를 마련한다. 이외에 휴대폰 비용과 교통비를 제외하고는 거의 돈을 쓰지 않는다. 외식은 최대한 자제하고 하더라도 1회를 넘기지 않는다. 나머지 돈은 학자금 대출 빚을 갚기 위해 저축 한다.
그는 “입학 때에 비하면 등록금을 비롯해 생활 물가가 많이 올랐다. 예전에 처음 자취나 하숙을 구할 땐 월 30만원 정도면 좋은 조건의 방을 구할 수 있었는데 이젠 자취, 하숙 모두 50만원 이상은 줘야한다. 학생들이 살기에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어를 전공한 이씨는 항공사 승무원을 꿈꾸고 있다. 대부분 또래들은 자격증 취득을 위해 어학원을 다니고, 승무원이 되기 위해 사설학원에서 트레이닝을 받지만 이씨는 대부분을 독학으로 준비하고 있다. 품질 대비 학원비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서다.
이씨는 “부모님도 학원에 다녀보라고 권유하셨지만 혼자서도 할 수 있다. 학원에 가면 특별한 수업을 하는 것도 아닌데 가격이 매우 비싸다.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혼자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