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당황해서 패닉에 빠지는 성향이라면 주식을 하지 말라.”
‘투자의 전설’로 불리는 앤서니 볼턴 피델리티 투자부문 대표의 투자 조언이다. 참 냉정하고도 정확한 충고다. 투자자의 심리는 투자의 성패를 가르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지난달 9일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의 공포지수는 48까지 올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포지수가 40 이상 50에 근접하면 바닥권 진입의 징조로 해석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투자자들의 공포심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알 수 있다.
많은 전문가와 금융사들이 한국 시장의 탄탄한 펀더멘털에는 변화가 없으며, 이번 급락장의 원인은 대외적인 요인이므로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의 심리를 안정시키지는 못했다. 올 상반기 코스피가 줄곧 2000대를 상회하던 중 벌어진 일이라 투자자들의 충격은 더욱 컸을 것이다.
나는 이번 급락장에서 공포심을 느끼고 투매에 동참했던 투자자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한 가지 있다. 누구도 미래의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내가 오랜 시간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시간을 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시장은 결국 회복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피델리티는 지난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글로벌 주식시장의 역사적 움직임을 분석한 자료를 발표한 적이 있다. 그중 하나는 한국을 비롯한 인도, 미국 등 글로벌 주식시장의 역사적 움직임과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아무리 심각한 시장 위기도 16개월이면 극복됐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 자료가 발표됐을 당시는 리먼브러더스발 금융위기로 인한 시장 충격이 지속되던 때였다. “아무리 힘들어도 16개월만 버텨라”는 말에 코웃음 쳤던 투자자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를 보자. 2008년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기 전 코스피의 직전 고점은 같은 해 5월 16일 기록한 1888.88포인트였다. 이후 주가는 같은 해 10월 24일 938.75포인트까지 빠지며 5개월 만에 지수가 반토막 났으나, 이후 채 1년도 안 된 2009년 9월 22일 코스피는 1718.88포인트까지 회복하며 리먼사태 직전 고점의 90%의 수준까지 회복했다.
공포심에 휩싸여 부화뇌동하게 되면 급락장에서의 손실을 회복할 기회를 잃게 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길 바란다. 혹자는 우선 시장에서 빠져나왔다가 안정되면 다시 들어가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시장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폭락이 단기간에 발생하는 경향이 있듯, 가장 가파른 상승세도 특정 짧은 기간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누구도 급락장을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급등장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시장에 남아 있는 것보다 더 큰 리스크’라고 말하기도 하는 것이다. 시장의 변동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중론인 만큼, 투자자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시간의 힘을 믿고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뚝심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