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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세금논쟁 내년 대선판 뒤흔든다
뉴스종합| 2011-09-20 09:50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9일 발표한 3조 달러(3400조원) 규모의 재정적자 감축안이 내년 대선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 대통령의 세수증대와 지출삭감을 두 축으로 한 재정적자 감축안이 내년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WSJ의 칼럼니스트 제럴드 세이브는 이날 기고문에서 “미국 정치의 거대 도박판에서 민주, 공화 양당이 세금 관련 손익계산에 분주하다”면서 “증세론이 2012년 대선의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양당의 극한 대치가 미국의 경제 문제 해결을 방해하고 있지만 내년 대선에서 이데올로기적 대충돌을 예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감축안 포문=오바마 대통령은 19일 재정적자 감축안의 절반인 1조5000억 달러를 세수 증대를 통해 달성하겠다며 증세론의 포문을 열었다.

특히 1조5000억 달러의 세수 증대 안에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연소득 25만 달러 이상의 부부에 대해 적용했던 감세 혜택을 폐지함으로써 앞으로 10년간 약 8000억 달러의 세수를 늘리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부자 증세를 주장한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의 이름에서 따온 ‘버핏세’도 명문화 했다.

미국의 야당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같은 감세 폐지와 부자 증세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의회 내 초당적 ‘슈퍼위원회(supercommittee)’에 진지한 권고를 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한 계층을 다른 계층과 다투게 하는 것은 리더십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베이너 의장은 그동안 증세는 더 이상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해왔다.

이에 앞서 폴 라이언 하원 예산위원장은 지난 18일 오바마 대통령의 증세안을 ‘계급투쟁(class warfare)’으로 규정한 뒤 “이는 경제를 썩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이는 계급투쟁이 아니라 수학(math)”이라면서 “나는 무엇이 옳은지 알고 있고 지금은 옳은 일을 할 때”라고 역설했다.

▶이념충돌 점입가경=WSJ은 모든 선거에서 세금 문제는 일정 정도 대두되기 마련이지만 내년 미국 대선에서 세금 논쟁은 두가지 측면에서 다른 때보다 훨씬 격렬하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미국이 막대한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지출삭감이냐 세수증대냐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고, 둘째는 공화당이 부시 행정부 시절 통과한 감세안을 되살리기 위해 세금 논쟁을 더욱 가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같은 이념 충돌은 오바마 진영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화당 의원들의 보수 성향이 민주당의 진보 성향보다 더욱 강력하게 결집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WSJ-NBC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의원들의 68%가 자신이 보수적이라고 답한 반면, 민주당 의원들 중 진보라고 답한 의원은 31%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브루킹스 연구소의 윌리엄 갈슨 연구원은 “양당의 정치성향 결집력의 차이는 공화당이 세금 감면에 응집된 힘을 모을 수 있는 반면 민주당은 그렇지 못하다는 방증”이라며 실제로 “민주당의 상당수 의원들은 세금과 수당을 포함한 그랜드 바겐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부동층 향방 주목=하지만 대선의 향배는 부동층에 달렸다. WSJ은 아직 선택을 못한 부동층이 공화당 만큼 세금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WSJ-NBC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동층의 절반 이상이 지출삭감과 세수증대라는 두가지 방법으로 재정 적자를 감축하는 데 동의한다고 답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역시, 미국의 중산층이 추가 세금 부과에 큰 반감을 보이지 않고 민주당에 기반한 유권자의 4분의 3이 부유층 감세 폐지를 옹호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신문은 “역사적으로 비추어 볼 때 증세안을 들고나온 대선 후보가 유리하지는 않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세금 논쟁이 부동층의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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