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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한류 영토확장 가속 “한국은 포스트 재팬”
뉴스종합| 2011-11-17 08:31
【마닐라(필리핀)=정태일 기자】“2004년까지는 일본에서 디자인 관련 노하우를 전수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뚝 끊겼어요. 그러다 7년 만에 디자인 교류가 다시 성사된 것입니다. 국가 전반적으로 수출을 일으키기 위해 디자인을 키워야 하는 입장에서, 한국은 구세주입니다.”

1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만난 PDDCP(필리핀생산기술디자인센터)의 수니코 대표는 수출 부흥을 위해 디자인 산업을 반드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단순 수작업 수준에 그치는 필리핀의 디자인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데 한국의 디자인기술(Design Technology)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개발도상국들이 한국 디자인의 경험과 노하우에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2년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에 이어 이번에 필리핀으로 디자인 나눔사업이 이어지면서 한국 디자인의 위상이 격상되고 있다. 일본을 제치고, 우리의 디자인 영역을 확장하고 디자인 한류 기반을 더욱 튼실히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런 가운데 PDDDP와 CITEM(국제교류전시센터)은 17일 한국의 디자인진흥원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지속적인 디자인 교류 및 협력을 약속했다. 각각 우리나라의 디자인진흥원과 코트라에 해당하는 이들 기관이 한국의 디자인나눔 사업에 동참키로 하면서 필리핀에서 한국 디자인 산업이 본격적으로 뿌리내리게 됐다.

가구, 식품류 수출 비중이 높은 필리핀은 이번 디자인나눔 사업을 통해 가구 디자인과 식품류 포장 디자인 기술을 요청했다. 수니코 대표는 “이번 기회에 단순 공예 디자인에 그치는 수준에서 벗어나 한국으로부터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디자인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디자인진흥원은 향후 한-필리핀 디자인 기업간 포럼, 세미나 등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미 디자인나눔 사업을 추진하던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과 함께 이들 국가 전문가들을 국내로 초청해 세부 지원사항도 논의할 방침이다.

개발도상국들에게 베푸는 디자인나눔 사업이라기 보다는 이를 통해 국제적으로 저평가된 한국의 디자인 이미지를 한껏 끌러올려 윈윈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2000년대 중반까지 개도국 진출이 활발했던 일본의 쇠퇴를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김현태 디자인진흥원 원장은 “소니가 삼성전자에 디자인 패배를 인정했다는 사실 만으로로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현재 동남아에서 디자인 경쟁력은 우리가 일본보다 한수 위”라고 설명했다.

이번 협력을 계기로 한국 디자인 전문회사들의 동남아 진출 길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경부 관계자는 “연간 2만명 이상의 디자이너들이 배출되는데 정작 일자리는 10만개 남짓”이라며 “디자인나눔 사업은 포화되는 국내 디자인인력을 해소할 수 있는 최상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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