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도우파 국민당 역대 최대 지지율 총선 압승…재정적자 축소 방안 등 구체적 운용방향 제시 주목
차기 총리가 유력한 라호이 대표에겐 영광이자, 커다란 짐이다. 2004년과 2008년, 연거푸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던 걸 감안하면 ‘인간 승리’쯤 된다. 그러나 스페인이 고꾸라지지 않도록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이행할 책무가 짓누르고 있다.
기대반 우려반이다. 외신들은 이날 라호이 대표가 총선 승리로 자신의 ‘패’를 보여줄 수밖에 없게 됐다고 썼다. 갈리시아 출신답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힘들 정도로 말수가 적은 모호함의 정치인 색채를 띠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는 유세과정에서 연금ㆍ건강보험ㆍ교육문제를 제외하고 모든 부문에서 긴축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것 외엔 스페인호(號)를 이끌 구체적인 운용 방향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9.2%였던 재정적자 규모를 내년에 4%까지 낮출 수 있을지 시장은 의심한다. 21%를 넘는 실업률을 제어하는 데 핵심 수단으로 지목되는 중소기업 육성에 관해서도 이전 정권과 어떻게 달라질지도 언급하지 않았다.
불안한 시선 속에서도 긍정적 시각은 있다. 분별있고, 솔직한 데다 스페인의 앞선 정치인들은 입 밖으로 내지도 않았던 영어를 현재 배우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라호이 대표는 승리를 확인한 직후 “경제위기에서 곧장 빠져나오는 기적은 없겠지만 유럽에서 다시 존경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회색 턱수염에 안경을 낀 ‘섹스어필이 없는’ 라호이 대표의 승리는 집권 사회당의 무능함에서 비롯된 ‘반사이익’이란 점에 이견은 없다.
라호이 대표는 ‘민심이반’의 덕을 본 것이다.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미션을 달성하지 못하면 곧바로 등을 돌리는 민심이라는 ‘가혹한 존재’에 빚을 진 셈이다. 전 세계가 유럽의 잇따른 정권 교체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