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도 쯤이야’하는 안이한 생각에 해마다 급증 추세…사기규모 年 2조2000억원대 추정, 한 집당 14만원 꼴
“보험 못타먹으면 바보”
국민적 인식 심각한 수준
전국서 조직적으로 진행
청소년·외국인·임산부까지
가담자 유형도 상상초월
A. 최근 외제차량을 이용한 보험사기단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외제차량을 이용해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고 억대의 보험금을 가로챈 혐의로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범행에 가담한 B(38) 씨 등 15명을 같은 혐의로 무더기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전주의 한 도로에서 고급 외제 차량을 이용해 고의로 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타내는 수법으로 올 9월까지 모두 12차례에 걸쳐 2억5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였다. 조사 결과 이들은 BMW와 벤츠 등의 외제차량을 중고로 값싸게 구입한 뒤, 이 같은 범행을 저지렀다.
B. 처남매부지간인 박모 씨와 김모 씨. 지난 2008년 11월 1t 화물차량에 처남매부 및 지인 2명 등 4명이 탑승해 박 씨가 운전하다가 운전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후 지인 2명은 현장에서 죽고, 처남매부는 중경상을 입었다.
운전을 한 박 씨는 무면허였다. 때문에 보험처리가 불가능했으나, 이들 두 명은 죽은 지인이 운전한 것처럼 보험사에 신고한 후 보험금 1억7000만원을 챙겼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박 씨의 겉옷에서 운전석 안전벨트 착용 흔적을 확인, 보험사기를 적발했다.
▶해마다 늘고 있는 보험사기 왜
최근 강원도 한 도시에서 집단 보험사기가 적발돼 사회적으로 충격을 던져준 바 있다. 인구 5만명인 태백시에서 주민 400여명이 사상 최대인 150억원대 보험사기에 연루돼 입건된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기록된다. 일가족 5명은 무려 2030일을 허위로 입원해 2억5000만원의 보험금을 챙겼다. 50대 한 여성은 15개 보험에 가입해 40여차례나 입원하기도 했다. 한 달 새 11개 보험에 가입해 개인 최단기간, 최다 보험가입 기록을 세운 주민도 있었고, 개인 연속 입원 282일, 개인 최다 입원일수 889일 등 각종 기록들이 쏟아졌다. 보험업계에서는 사회 전반에 퍼진 도덕적 해이와 범죄의식 결여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보험사기는 전국에 걸쳐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보험 전문가들은 태백시뿐만 아니라 전국 모든 곳이 보험사기로 오염돼 있다고 지적했다.
해마다 적발되는 보험사기도 급증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 적발 금액과 인원은 2007년 2045억원, 3만922명에서 지난해 3467억원, 5만4996명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올 들어서도 상반기까지 1843건, 3만529명이나 된다. 이러한 적발 실적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보험업계 중론이다. 보험개발원이 추정한 국내 보험사기 규모는 2조2302억원에 이른다. 이를 가구당 경제적 피해액으로 환산하면 14만원 정도다.
보험범죄 가담자 유형도 상상을 초월한다. 부부와 모녀, 조직폭력배, 직장 선후배, 청소년, 외국인은 물론 임산부까지 보험범죄에 가담하고 있다.
손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금 못 타먹으면 바보라는 국민적 인식이 심각하다”며 “사소한 것으로 보고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보험사기로 몰릴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괜찮겠지’가 보험사기로
보험사기(?) 행위를 한번도 해보지 않았거나 당하지 않은 대다수 국민들은 보험사기의 범주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보험사기의 명확한 개념을 확인해 보자.
보험사기는 크게 경성사기와 연성사기로 나뉜다. 경성사기는 보험 가입 시 보장해준다는 자해, 도난, 방화, 기타의 손실을 의도적으로 연출 또는 조작한 후 보험사를 기망해 보험금을 편취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는 태백시 보험사기사건과 A의 사례와 같이 의도적으로 보험금을 챙기기 위해 취하는 행위다.
연성사기는 보험가입자들이 쉽게 유혹받기 쉬운 행위로, 대부분의 국민들이 주의해야 할 사례다. 연성사기는 보험계약자 또는 보험금 청구권자가 보험사고 발생 시 합법적인 청구를 과장ㆍ확대하거나, 보험계약을 청약 또는 갱신할 때 보험가입이 어렵다고 판단해 허위정보를 줘 가입 또는 보험료를 할인받는 행위들이다.
또한 부부 또는 형제끼리 운전하다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를 바꾼다든가, 사고 후 별 증상이 없음에도 장기간 입원해 과다한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 사고가 난 후 급히 보험에 가입한 후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 사고 차량을 바꿔치기하는 행위 등이 일반적인 국민들이 안일하게 생각해 쉽게 범할 수 있는 보험사기의 대표적인 사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쯤이야’라는 잘못된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보험사기범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사고 발생 후 경찰에 신고 또는 보험사에 전화해 처리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양규 기자 @kyk7475>
/ kyk7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