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한 의혹을 받고 있는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을 이르면 다음달 1일 검찰에 소환된다. 지난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고 최종헌 명예회장이 검찰청사에 들어서면서 시작된 검찰과 SK의 악연은 2003년 SK분식회계 사건으로 최태원 회장이 구속된 데 이어 이번엔 동생인 최 부회장으로 계속됐다.
SK그룹 최태원 회장 형제의 횡령 및 배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중희)는 최 부회장을 내달 1일 불러 조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SK 측은 정확한 날짜를 잡기 위해 조율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SK본사와 계열사를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외부에 알려진 이번 수사는 최 부회장의 소환으로 절정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최 부회장이 최태원 회장의 개인 선물투자금 조성과 손실 보전을 위해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된 SK계열사 자금을 일부 빼돌린 혐의를 잡고 수사를 해왔다. 지난 2008년 SK그룹 계열사 18곳은 신생 창업투자사인 베넥스에 2800억원을 투자했다. 이 중 500억원 상당이 김준홍(구속) 전 베넥스 대표를 거쳐 김원홍(중국체류) 전 SK해운 고문으로 흘러들어갔다.
검찰은 베넥스와 SK계열사 간의 거래 과정에서 허위로 서류를 꾸미고 빼돌린 돈을 최 회장 일가의 선물투자에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베넥스 대표 서모 씨를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최 부회장이 개입했다는 진술을 이끌어 냈으며 SK그룹 임원을 상대로도 최 부회장과 최 회장의 관여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최 부회장이 차명 보유하고 있던 아이에프글로벌(IFG) 주식을 베넥스가 액면가 5000원의 700배인 350만원에, 총 230억여원을 들여 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180억원은 최 회장의 선물 투자에 쓰였다.
그러나 앞서 천억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된 김준홍 씨는 검찰에서 최 회장 형제의 관련성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