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보이스피싱 ‘끝없는 진화?’
뉴스종합| 2012-01-25 11:29
설을 앞두고 근무하고 있던 직장인 김모(34)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같은 사무실에 있는 선배가 갑자기 메신저로 “설을 앞두고 아는 사람에게 급히 돈을 보내야 하는데 인증서가 3회 오류나서 그러니 돈을 대신 보내달라”고 말을 걸어온 것이다.

사람을 바로 앞자리에 두고 웬 메신저인가 의아해 하던 김 씨는 이내 말로만 듣던 메신저피싱임을 직감하고 돈을 보내줄 것처럼 위장해 계좌번호를 알아냈다.

이후 “보이스 피싱 그만해라”며 상대방을 놀려주고는 더 큰 피해를 막아보겠다며 뉴스에서 본 것처럼 100원을 해당 계좌에 입금, 통장지급정지를 시키려 했다.

정말 당황스러웠던 것은 이 때부터였다. 돈을 보내려는 계좌가 ‘없는 계좌번호’라고 뜬 것이다. 어찌된 일인지 경찰에 문의해 보고서야 김 씨는 보이스피싱범들이 4만~5만원씩 하는 대포통장을 보호하기 위해 가짜계좌를 먼저 알려준 후 입금 의사가 확실한 사람에게만 진짜계좌를 알려준 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 씨는 “태어나서 보이스피싱을 직면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계좌를 막아 더 큰 피해를 예방하려 했는데 가짜계좌를 알려주는 줄은 몰랐다. 다음부터는 진짜계좌까지 확인해서 막아야겠다”며 억울해했다.

지난해 11월 30일, 112신고만으로도 통장 지급정지 신청이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되는 등 보이스피싱 계좌를 막기 쉬워지자 보이스피싱범들이 가짜계좌를 이용해 진짜 대포통장을 숨기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상대방이 정말 돈 넣을 의사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단 가짜계좌를 불러준 후, “여기 돈이 안 들어가는 데요”라고 말을 하면 그제서야 “아, 번호 잘못 불러줬네, 진짜는 이거야”라며 진짜 대포통장 번호를 불러주는 방식이다.

이는 대포통장이 한 개당 4만~5만원선에 거래되는등 통장 자체도 값이 나가는 데다, 그동안 남들을 속여 번 돈이 들어와 있는 대포통장이 지급정지될 경우 범죄로 번 돈이 한꺼번에 동결되면서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을 하는 사람들은 계좌가 들통나 지급정지신청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 한다”며 “최근 일반인들이 보이스피싱에 대한 이해가 넓어져 잘 안 속아 넘어가는 데다, 112신고로 통장에 대한 지급정지가 가능해지는 등 보완장치가 나오자 피싱범들도 가짜계좌를 먼저 부르는 ‘안전장치’를 하고 있는 셈이다”고 설명했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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