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의 리얼라이프는…
대기업 차장인 이 씨는 동갑내기 부인과 맞벌이를 하면서 초등학교 2학년생 아들(9)과 유치원생 딸(6)을 키우고 있다. 부부가 합쳐서 연봉이 1억원에 달한다. 중산층 중에서도 상위권이다. 겉으로는 남부러울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결혼 10년차로 접어들었건만 이 씨 가족은 여전히 30평대 아파트 전세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씨의 가슴을 죄어오는 악질 3인방은 바로 주거비와 보육비, 사교육비다.
결혼 초부터 성실히 저축해 5년 전 서초동에 33평형 아파트를 마련했다. 이때만 해도 희망이 보였다. 은행 대출을 잔뜩 받아 구입한 새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집이 인생의 발목을 잡는 주범이 됐다. 집값이 20%나 떨어졌지만 부동산에서는 연락이 없다. 은행 대출 이자(4.5%)로만 매월 꼬박꼬박 170만원이 나간다. 원금 상환은 애당초 꿈도 못 꾸고 있다.
맞벌이를 하기에 둘째아이는 유치원 종일반에 맡긴다. 정부가 아무리 보육료를 잡겠다고 해도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 유치원은 월 130만원씩 꼬박꼬박 받아간다. 그나마 월 200만원씩 하던 영어유치원을 두 눈 질끈 감고 포기해 옮긴 곳이다.
큰아이는 욕심을 부려 인근 사립초등학교에 보냈다. 하지만 월 200만원 가까이 드는 학비를 언제까지 감당해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어떻게든 한 학교에서 졸업시켜 주고픈 게 부모 마음이지만 지갑 사정상 힘들 것 같다.
대한민국의 ‘어퍼 중산층(Upper Middle Class)’이라고 자부했던 이 씨의 축 쳐진 어깨 밑으로 한 손에는 서류가방이, 한 손에는 로또 용지가 들려 있다.
<윤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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