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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드라마의 중반전 관전법
엔터테인먼트| 2012-04-08 15:33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수목드라마 3개는 시청률과는 별개로 좋은 드라마들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골라 보는 재미가 있고, 제작자 입장에서는 대진운이 안좋아 죽을 맛이다.

‘더킹 투하츠’가 시청률이 조금씩 떨어지고는 있지만 완성도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원, 이승기의 연기는 물이 올랐다. 처음으로 목욕 노출신까지 선보인 이승기는 능청맞게 연기를 잘하고, 하지원의 북한 말투는 웬만한 ‘랩’보다 듣기 좋다.

‘제2의 송강호’로 불리는 조정석(은시경 역)과 왕실의 막내딸 공주 이윤지(이재신 역)도 만만치 않다. 다만 전달방법에서 시청자를 계속 붙들지 못하고 있다.


남한 왕제 이재하(이승기)와 북한 교관인 김항아(하지원)의 계속되는 ‘밀당’의 의미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다국적 군사복합체 ‘클럽 M’ 회장 김봉구(윤제문)가 붕 떠 있는 느낌이 든다는 게 약점이다.

그러니까 이승기와 김항아의 만남을 통해 이질적인 두 환경이 만들어내는 갈등적 요소와 소통적 요인들이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났으면 한다. ‘소녀시대’의 티파니 타령으로 계속 끌고갈 수는 없다. 멜로적 상황도 좀 더 감성적인 접근법이 요구되는 것 같다.

하지만 간혹 ‘스토리’가 ‘스타일’에 묻일 때가 있다. 특히 윤제문이 초반 마술을 하고 크레인을 부리는 과도한 설정은 오히려 윤제문의 활용도를 떨어뜨려 윤제문에게 어떤 감정을 이입하고 봐야하는지를 흐리게 하고 있다. 이 과정만 잘 정리되면 멜로에 새로운 의미까지 담고 있는 명품드라마의 진가가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 홍 자매 작가는 그럴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반면 ‘적도의 남자’는 1~2회에 웬만한 스토리를 다 방출해버렸다. 그런데도 긴장의 끈이 조금도 풀어지지 않는다. 극대화되는 인간의 욕망과 야망, 복수극이라는 통속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 과정의 장치들을 궁금증 유발이나 충격적인 폭로의 ‘막장적 수단’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미리 공개해버린 자극적인 장치들, 사건의 전후는 비교적 단순하다. 서서히 복수극을 펼칠 준비를 하는 엄태웅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감’을 잡게 만들었다.

‘적도의 남자’의 관전 포인트는 상황 속에서 흘러가는 인간의 심리와 인간관계다. 소재는 통속적이지만 이를 풀어가는 방식은 극적이고 정교하며 품격까지 갖췄다. 이 점이 ‘태양의 여자’에서도 시도했던 김인영 작가의 내공이다.

선우(엄태웅)는 자수성가했지만 불안한 김영철과 공부 잘 하는 자식 장일(이준혁)의 장학금을 마련하려는 장일 아버지 이원종, 이 두 욕망에 의해 자신을 길러준 아버지(이대연)를 잃고 자신도 실명하는 등 벼랑끝에 몰려있다. 선우와 장일은 어린 시절부터 가장 친한 친구 사이였다.

선우는 재활을 위해 서울로 올라왔고 복수의 대상인 장일 집에 머물고 있다. 과거의 기억이 돌아왔지만 장일에게는 이를 밝히지 않는다. 선우가 복지관에서 책을 빌릴 때 지원(이보영)이 왜 사람을 믿지 말고 경계하라는 이런 책들을 빌리느냐고 묻자 “등 뒤에서 비수를 꽂는 사람들의 심리를 알고 싶다”고 말한다.

이 장면에서 시청자들은 섬뜩해지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도 인간의 본심이 읽혀지는 섬뜩한 순간들이 나타나 스릴러적 재미를 줄 것이다. 그러니까 ‘적도의 남자’는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드라마다. 게다가 활화산 같은 엄태웅의 동공 연기, 분신 같은 친구를 배신하고 고독하고 아픈 비밀을 갖게 된 이준혁의 연기도 충분히 감정을 몰입하게 한다.

‘옥탑방 왕세자’는 멜로극의 단순구도를 ‘타임슬립’을 활용해 극적 구성을 강화했다. 재벌 2세남과 캔디녀를 300년 전 조선시대 왕세자 이각(박유천)과 자신을 거둬준 청과물 가게를 꾸려가는 여자 박하(한지민)로 변주했다. 당연히 이질적인 것들이 결합해 충돌하고 해프닝이 많이 생긴다. 라면과 오무라이스에 집착하는 이각과 신하 3인방은 코믹하다.

이각은 자신과 똑같이 생긴, 여회장의 실종된 친손자 용태용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재벌남과 캔디 구도도 겸한다. 또 자신을 유학하고 있던 미국 바다에 빠뜨려 죽게 한 이복형 용태무(이태성)와도 맞서야 한다. 용태무에게 접근하는 야심녀인 박하의 새언니 홍세나(정유미)는 이각의 조선시대 왕세자 시절 죽었던 세자빈으로 얽혀있기도 하다.

박유천은 코믹과 멜로를 동시에 선보이고 있다. 사극과 현대극을 오가는 게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연기경력이 얼마되지 않는데도 연기를 쉽게 접근해 편하게 연기하고 있다.

한지민은 청순 가련한 여자로만 봤는데, 조선시대에서 온 왕세자와 신하 3인방이 현대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혼내는 억척녀의 모습도 썩 잘 어울린다.‘옥탑방 왕세자’는 편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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