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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ㆍ中이 사이버 ‘워 게임’ 두차례나 실시한 이유는…
뉴스종합| 2012-04-17 11:02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미국과 중국이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양국 정부 관료들이 참가한 가운데 사이버 공격을 가정한 ‘워 게임’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6일(현지시간)보도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걸로 의심되는 ‘사이버 스파이’가 미국과 영국의 공공 기관, 방위산업체를 최근 수 차례 해킹해 사실상 ‘예비 전쟁’ 상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워 게임 결과, 중국은 호전적인 양상을 보였으며 미국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드러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워 게임은 다음달 한 차례 더 진행될 예정이다.

▶G2, 워 게임 왜 했나=일단 이런 가상의 사이버 전쟁 훈련이 있었다는 사실은 미국의 싱크탱크 국제전략연구소(CSIS) 관계자로부터 확인됐다. 짐 루이스 연구원은 가디언에 “미국에선 CSIS, 중국 측에선 국제관계연구소가 주도했다”며 “미 국무부와 국방부 관계자, 중국에서도 관료들이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국무부와 국방부는 이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지만, 지난해 6월엔 베이징에서, 12월엔 워싱턴에서 각각 훈련이 이뤄졌다고 루이스 연구원은 밝혔다.

세계 정치ㆍ경제를 주도하는 2강(强)이 사이버 전쟁 시뮬레이션을 한 건 사이버 공격이 실제 군사 충돌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이른바 ‘트랙 1.5 외교’로 알려진 이 훈련은 위기시 전면적인 대화를 하지 않고도 정부 간 긴밀하게 분쟁 조정을 할 수 있도록 짜여진 것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워 게임의 필요성은 최근들어 더욱 높아졌다. 미국과 영국은 “중국 정부의 배후 조종에 따라 사이버 스파이가 미국의 방위산업체ㆍ핵심 기간 산업체 등에 침투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지식재산을 빼내 가고 있다“며 ‘도둑질’을 중단하지 않으면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루이스 연구원은 “두 나라가 오판할 확률이 매우 높다”며 “상대방을 확실히 이해하는 게 필요해 워 게임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치열한 탐색전=실제 상황을 상정해 진행된 워 게임에선 양측의 기싸움이 팽팽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첫 번째 훈련에선 2010년 이란의 원전시설을 해킹, 원심분리기 1000대에 심각한 피해를 준 산업기반시설 공격 바이러스인 스턱스넷(Stuxnet) 등의 공격을 받았을 때 두 나라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상대국에 잘 설명해 줬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러나 워싱턴에서 열린 두 번째 워 게임에선 상대방이 공격을 전개했을 때 어떤 반응과 대응책을 쓰는지를 알려주기로 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CSIS 관계자는 “중국은 미국이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한 큰 전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발견됐다”며 “인민해방군은 매우 호전적이었고, 미국을 (공격) 목표로 보고,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했다”고 말했다.

프랭크 실루포 조지워싱턴대 국토안보정책연구소장은 “중국과 대치해야 할 때가 왔다”며 “미국은 상황을 앞서 주도해야 하며, 인터넷에 대한 자신감을 잃게 된다면 나쁜 쪽(중국)이 이기는 외통수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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