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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이 ‘몸통’ 이면 머리는? … 검찰, 30억원 실체 규명 총력
뉴스종합| 2012-05-02 11:33
‘로비 핵심창구’로 지목돼온 박영준(52)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검찰에 전격 소환되면서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인허가 비리사건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번 수사는 두 개의 산,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 전 차관이 큰 산 하나를 이루는 두 개의 봉우리”라는 검찰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이제 5부능선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이국철 SLS그룹 로비사건, CNK 주가조작사건,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사건 등 굵직굵직한 권력형 비리 사건마다 얽혀 있는 박 전 차관을 이번 사건에서만큼은 놓치지 않기 위해 면밀한 수사로 바닥을 다져왔다. 혐의 사실을 뒷받침하는 물증과 진술을 충분히 확보한 만큼 박 전 차관을 사법처리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검찰은 내다보고 있다.

▶박영준 과연 얼마나 받았나=대검 중수부는 이정배(55) 파이시티 전 대표가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에게 건넸다고 진술한 로비자금 61억원의 구체적인 행방을 쫓기 위해 이날 소환된 박 전 차관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이 서울시 정무국장이던 2005~2006년과 청와대 재직시절인 2007년께 3억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수수금액이 좀더 늘어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브로커 이 씨는 서울시 정무국장 시절 수고비 명목으로 2000만~3000만원씩 서너 차례, 서울시를 떠난 후인 2006~2007년에는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1000만원씩 몇 차례에 걸쳐 지급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박 전 차관과 그의 자금 관리인으로 지목된 포항 지역기업인 이동조(59) 제이엔테크 회장, 브로커 이 씨와의 계좌 등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현금뭉치 및 수표 등이 ‘돈세탁’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들 간에 오간 자금이 61억원 범위에 속하거나 다른 루트로 추가된 금액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30억여원에 주목하는 검찰=검찰은 박 전 차관에게 실제 전달된 금액이 10억원대에는 못 미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파트 구입 명목으로 건너갔다는 10억원은 브로커 이 씨가 중간에서 착복한 것으로 이미 드러난 상태다. 앞서 구속된 최 전 위원장의 영장에 적용된 혐의 액수는 8억원인 것으로 알려진 점을 감안하면 약 30억원의 실체가 드러났다 해도 총 61억원 중 나머지 30억원의 행방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검찰 수사에서 이 회장과 브로커 이 씨 간 돈 흐름 정황이 드러난 것은 나머지 30억원의 행방을 추적할 수 있는 주요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검찰은 파이시티에서 발행한 거액의 수표가 이 회장의 계좌에 입금된 사실을 포착, 브로커 이 씨를 추궁해 “박 전 차관에게 전달해 달라며 이 회장에게 수표를 줬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베일 가려진 고위 실세 나온다=이 회장의 ‘등장’으로 이처럼 로비자금이 구체적으로 특정되면 용처도 따라서 드러나는 법이다. 검찰은 아직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거물급 정치인 또는 정권 실세가 이 사건에 연루돼 있을 가능성을 상정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현재 밝히기는 어려우나 그런 면도 살피고 있다”고 귀띔했다.

당장 물증과 같은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지만 ‘상왕’ 이상득(77) 새누리당 의원이 거론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브로커 이 씨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다이어리에 이 씨가 2007~2008년께 만난 인물의 이름, 약속장소 등이 기재돼 있었고, 여기에 이 의원을 비롯해 유력인사의 이름이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물론 이 의원의 보좌관을 지내다 요직에 발탁된 박 전 차관 등 사건 관련인이 정권 실세 인맥모임인 ‘영포라인’으로 한데 묶인 점도 영포라인 고위급 인사의 연루 개연성을 높이고 있다. 이 회장 역시 포항지역 유력기업인으로 이 의원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인맥을 중심으로 비자금이 구성되고 관리됐을 가능성도 있다. 대선 비자금 수사로도 확대될 여지가 있는 이유다. 


<조용직 기자>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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