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한국 기상주권, 동해로 뻗어가다
뉴스종합| 2012-05-11 09:50
-울릉도ㆍ독도 기후변화감시소 착공…한반도 기후관측 삼각구도 완성


[헤럴드경제=이태형(울릉) 기자]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에서 2시간 30분간 배를 타고 들어간 독도에서 취재진을 먼저 맞은 것은 갈매기떼였다. 깎아지는 듯한 절벽 곳곳에 둥지를 틀고 있는 갈매기떼는 허공을 비행하며 사람들의 방문에 화답했다. 기상상태가 고르지 못한 까닭으로 독도 입도는 하늘만이 허락한다고 할 정도로 일반인의 입도는 어렵다. 접안한 뒤 파도가 높아지면서 선착장 주위만 둘러보는데 허용된 시간은 고작 20분 가량. 취재진이 타고 온 배는 이날 입도한 마지막 배가 됐다.

배를 댄 동도는 해발 98.6m로, 화면으로만 보던 모습보다는 규모가 커 다소 의외였다. 무엇보다 이 곳에 기상청이 설치한 온실가스 무인 측정기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드물었다.

안면도 기후변화감시센터, 제주 고산기후변화감시소에 이어 10일 울릉도ㆍ독도 기후변화감시소가 착공했다. 이로써 한반도의 기후변화측정 삼각구도가 완성된다. 이는 동해상의 한국 기상주권을 넓혔다는 의미도 갖는다.

임병숙 기상청 기후변화감시센터 센터장은 “지난해 기후변화로 인한 전세계 피해액이 3800억달러에 이른다”며 “향후 기후변화 국제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자료에 대한 국제 신뢰도 형성하고 자료의 선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10일 울릉도 기상대 부지 내 울릉도ㆍ독도 기후변화감시소를 착공했다. 이로써 한반도 유출입 공기의 감시 체계가 구축된다. 한반도 서쪽 공기 정보(안면도), 남쪽 공기 정보(제주), 동쪽 공기 정보(울릉도ㆍ독도)를 측정할 수 있어 한반도 내에서 발생한 온난화 유발물질 정보를 추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독도 동도 전파송신탑 내 무인 관측장비는 온실가스 농도를 측정, 안면도 기후변화 감시센터로 보내 한반도에서의 온실가스 유발물질을 측정하는데 활용된다.

신임철 기상청 기후변화감시센터 연구관은 “온실가스 배경대기 농도를 측정하게 됨으로써 기후변화 유발물질 발생량을 측정ㆍ분석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울릉도ㆍ독도 감시소는 온실가스, 에어로졸, 성층권 오존ㆍ자외선, 강수화학 등 4개 분야 9개 요소를 측정하며, 무인관측시스템이 설치된 독도는 이산화탄소(CO2)와 메탄(CH4)을 측정하게 된다.

독도의 동도에 설치된 온실가스 측정 장비는 섬 정상으로부터 15m 상공의 공기를 흡입해 수분을 제거한 뒤 시료를 이용해 온실가스 농도를 분석한다.

신 연구관은 “앞으로 독도에서 측정 물질을 확대해 가며, 울릉도ㆍ독도 관측소를 안면도 수준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번 울릉도ㆍ독도 감시소 착공은 한국 기상주권이 동해상까지 확대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특히 반응가스와 대기복사 등 6개 분야 37개 요소를 측정하고 있는 안면도 센터급으로 울릉도ㆍ독도 감시소가 확대되면 WMO가 지정하는 지역급 감시소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울릉도ㆍ독도 감시소가 지역급 관측소에 선정되면 국제적으로 독도가 한국의 영토로 공인받게 되는 셈이다.

독도에서 만난 등대관리원 김현길(46)씨는 “5년째 독도에서 근무하면서 한달에 한번 가족을 만나러 간다. 그만큼 독도에 대한 애착이 크다”며 “기상청이 독도에서 기상관측을 하는 것은 한국땅에서 당연히 할 수 있고 해야하는 일인 만큼 환영한다”고 말했다.

thle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