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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력ㆍ충성도 오히려 대졸자 보다 낫다” … 이유있는 대기업 고졸채용 확대
뉴스종합| 2012-07-20 06:45
[헤럴드경제=홍승완 기자] 대기업들의 고졸 채용 확대는 무엇보다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바 크다.

무리한 학벌 경쟁으로 인한 국가적 낭비, 지나친 대졸자 양산으로 인한 ‘학력대비 일자리 질의 악화’ 등등... 이런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우리사회의 최대 고용주인 대기업들이 나서야 한다는 정치ㆍ사회적인 요구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고졸 취업자에 눈을 돌리게 됐다.

특히 고졸 고용 확대가 현 정부 들어 강조된 동반성장과 양극화 해소 정책에 가장 부합하는 이슈가 되면서 기업들도 이에 적극 발맞춰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나 사회가 요구한다고 해서 대기업들이 등 떠밀리 듯 고졸자 채용을 늘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으로도 고졸고용 확대가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기업들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먼저 지난 몇년 새 고졸자들의 업무능력이 높아지면서 대졸자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 되었다는 게 채용 확대의 이유다. 여전히 대학교육이 실무와는 동떨어진 수준에 그치고 있는 반면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확대 및 선취업 후진학 지원 등 정부의 고졸 취업활성화 대책으로 우수 고졸 인재들이 많이 늘어났다. 3년 내내 실습실에서 살다시피하다 보니 기업체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잇는 준 전문가들 양산되고 있다.

영어점수 등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취업 전의 스팩은 물론 대졸자에 비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자신의 먼 미래를 그리면서 영어 등 기본적인 스펙까지 충실히 갖춘 고졸자들도 늘고 있어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여기에 업무를 배우고 추진하는 능력이나, 컴퓨터 사용능력 등 실무적인 부분은 ‘학위만 딴’ 대졸자들보다 못할 것이 없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일선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졸 취업자들의 업무처리 능력에 대해서도 응답기업의 44.2%가 ‘2~3년 전 보다 향상됐다고 답했다. ‘저하됐다’는 응답은 6.1%에 불과했다.

게다가 고졸 취업자들은 상대적으로 배움이나 자기능력 개발에 대한 열망이 강해 입사 후 발전속도도 매우 빠르다. 삼성전자나 대우조선해양 등이 고졸 고용을 늘릴 뿐 아니라 이들의 입사후 교육을 더 강화하고 있는데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 고졸자들의 잠재력이 상당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졸자들의 로열티가 대졸자들보다 높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메리트다. 어학연수 경험 등으로 상대적으로 개인주의적 성향이나 서구적 조직에 대한 열망이 높은 젊은 대졸자들의 경우 ‘아직은 권위적인’ 대기업 조직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심하면 조기 이직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올해 초 발표한 바에 따르면 대졸자가 첫 직장을 2년 내에 그만두는 비율은 75.4%에 달했다. 4년 이후에도 첫 직장을 다니는 비율은 40% 수준에 그쳤다.

반면 상대적으로 취업시장에서 마이너리티였던 고졸자들은 조직에 대한 충성도와 만족감이 높다. 특히 업무를 대하는 태도나 목표 달성 욕구, 조직 내 성공에 대한 열망이 대졸취업자들에 비해 강하다는 게 각 그룹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취업초반 대졸자에 비해 비용은 덜들어가면서도 조직 안착율은 더 높은 고졸자들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모 그룹 고위 관계자는 “4~5년전 까지만 해도 흔히 말하는 8학군 출신들이나 해외유학자 등 스펙이 좋은 사람들을 주로 선발했지만 조직에 잘 녹아들지 못하고 불만만 상대적으로 많이 드러내는 면이 강했다”며 “이에 반해 고졸 취업자들은 성실할 뿐만 아니라 승부근성, 조직에 대한 감사와 헌신 등 상대적으로 강점을 많이 가지고 있어 조직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장점도 있다”고 평가했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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