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박근혜에 당했다” …민주당 ‘우왕좌왕’
뉴스종합| 2012-08-22 11:22
봉하 깜짝방문에 하루종일 혼선
‘환영·유연·비난’ 대응 갈팡질팡

대변인들 중구난방 논평 잇따라
민주 대선주자들도 엇갈린 평가



“박근혜에게 당했다.”

21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봉하마을 ‘깜짝’ 방문 장면을 TV로 지켜보던 민주통합당 당사에서 터진 탄식이다. 박 후보가 전날 후보 수락연설에서 말한 ‘국민 대통합 시대를 열겠다’는 발언이 바로 다음날 봉하마을 방문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봉하마을 방문은 박 후보가 전격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민주당은 하루종일 대응에 혼선을 빚었다. 대변인들부터 손발이 안 맞았다. 첫 논평을 낸 김현 대변인은 “사과없는 방문은 정치쇼”라고, 정성호 대변인도 ‘보여주기식 대선행보’, ‘유가족에 대한 결례’라고 깎아 내렸다. 반면 박용진 대변인은 “그렇게 나가면 안 되는데…”라며 “박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직접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전직 국가 지도자에 대한 일반적인 예의 표현이라 써달라”고 말했다. 같은 당의 대변인들 사이에서 전혀 다른 취지의 논평이 흘러나온 것이다.

민주당 대선후보들의 입장도 ‘사분오열’이었다. 손학규 후보 측 김유정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의 3주기 때까지 한 번도 오지 않다가 대선후보가 된 뒤 참배한다는 것은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고, 정세균 후보 측 이원욱 대변인은 “노무현의 가치를 진정으로 되새기고 오길 바란다.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 대한 사과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두관 후보 측은 아예 후보와 대변인의 평가가 갈렸다. 김 후보는 “잘하는 일입니다. 다만, 박 후보의 방문이 정치적 퍼포먼스가 아니라, 진심어린 반성과 화해의 몸짓이길 기대해 본다”며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반면 전현희 대변인은 ‘아무런 진정성 없는 정치쇼’, ‘고인에 대한 모독’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박 후보를 비난했다.

혼선을 정리한 쪽은 문재인 후보였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었던 문 후보 측에선 ‘환영’ 논평이 나왔다. 진선미 대변인은 “박 후보의 참배를 의미있는 일로 평가하고 환영한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통해 국민통합을 이뤄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 당일 백원우 의원의 소동이 빚어졌을 때 문 후보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과를 하면서 영결식 장내 분위기를 정리했던 것과 유사하다.

물론 박 후보의 ‘깜짝’ 방문에 대해 봉하마을 묘역 참배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노무현재단 측은 적지않게 당황했다. 절차적 미숙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 후보가 봉하마을 방문 사실을 언론에 밝힌 시점은 이날 오전 8시30분 전후. 그러나 정식으로 노무현재단 측에 연락을 한 시점은 오전 11시40분께였다.

노무현재단 관계자는 “관련 사실을 언론에서 처음 접했다. 특히 권양숙 여사 면담 일정은 사전 협의가 필요한 일인데 몇 시간 전에 뵙고 싶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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