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토론회서 다른 해법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핵심 대선공약인 ‘경제민주화’의 재벌개혁을 놓고 강ㆍ온론이 정면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급제동을 걸고 나섰다.
여의도연구소는 11일 오전 헌정기념관에서 ‘경제민주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재벌개혁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상승 서울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재벌개혁과 관련, “경제민주화 논의가 자칫 성공한 기업에 대한 징벌적 제재 방향으로 진행되면 기업의 의욕과 활력, 장기 성장동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자칫 효율적 내부거래까지 위축시킬 수 있고, 출자총액제한제도 재도입은 실물투자를 저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순환출자 규제에 대해서도 “재벌의 총수 일가가 자신의 실질지분을 초과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게 문제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는 미국의 차등의결권 제도와 사실상 동일하다”며 재벌의 순환출자 의결권을 옹호했다.
경제민주화를 둘러싸고 당내논쟁이 치열한 가운데,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소장 김광림)는 11일‘ 경제민주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마다 성향은 다르지만 개회사 중 활짝 웃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
토론자로 나선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정치권이 헌법의 경제민주화 개념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오ㆍ남용하는 게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며 “지배구조 자체를 위법하다고 보고 접근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하는 등 이날 토론회는 경제민주화의 부정적 측면을 성토하는 의견들이 주를 이뤘다.
새누리당의 싱크탱크가 경제민주화에 반기를 두는 토론회를 개최한 것을 놓고 당장 당내에서도 잡음이 나왔다. 당초 이날 모임에 참석, 축사를 할 예정이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급작스럽게 불참해, 당 정책통들의 움직임에 대해 무언의 경고를 날렸다.
경제민주화모임 소속 한 핵심의원도 “당을 대표하는 정책기구에서 경제민주화를 하지 말자는 내용의 토론회를 하는 것이 말이나 되냐. 대선의 가장 중요한 이슈를 (야당에) 뺏기게 되면 이번 대선 승리는 정말 장담할 수 없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의도연구소의 반기(?)에 선을 그으려는 듯 당내 소장ㆍ쇄신파와 일부 친박계 전ㆍ현직 의원들이 주축이 된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이날 비공개 토론에서 금산분리와 관련 강한 톤의 법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 자회사의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을 5%로 제한하고, 자본 적정성 평가 시 계열사 지분에 대해 마이너스 점수를 줘 그룹 총수의 계열사 지배수단으로 활용되는 금융 계열사의 신용평가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결국은 박근혜 후보가 ‘교통정리’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후보는 전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실천방법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앞으로 얼마든지 풀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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