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박다르크ㆍ 세인트 찰스ㆍ고결한 마초
뉴스종합| 2012-09-27 10:10
올해 대선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성전(聖戰)’이다.

‘차떼기 정당’을 구하고 나라와 결혼한 성처녀 ‘박다르크’와, ‘단란한 술집’이 검증 소재로 사용될만큼 성(聖)스러운 이미지의 ‘세인트 찰스(성자 안철수)’, 그리고 특전사 사진 한장으로 강한 남성성을 자극시킨 ‘고결한 마초 문(文)’의 대결이 바로 올해 대선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처음 정치권에 발을 들인 것은 IMF가 들이닥친 지난 1997년 12월. 박 후보는 정치 입문 이유를 “어떻게 세운 나라인데..”라고 했다. ‘구국의 결단’ 급이다. 그의 미혼 사실은 “나라와 결혼했다”는 결혼관으로 이어졌고, 이는 영국과의 백년전쟁에서 프랑스를 구한 ‘잔다르크’에 비견됐다. ‘박다르크’ 별명은 지난 2004년 위기의 당을 구하면서 처음 붙여졌다.

박 후보는 지금도 지방 유세를 가면 노점상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큰절’을 하고, 겨울엔 군밤장수 아저씨가 벙어리 장갑을 벗어 박 후보의 손에 씌워준다. 그들이 박 후보를 부르는 호칭은 ‘공주님’. 성스러운 왕실의 풍모가 박 후보의 배경에 아우라로 남는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는 인터넷 상에선 ‘세인트 찰스’로 통한다. ‘단란한 술집’에 가봤느냐는 질문에 천연덕스럽게 ‘그게 뭐에요?’라고 되묻는 안 후보. 남들은 들어가기도 어렵다는 서울대 의대에 진학해 의사로 활동했고, 갑자기 세계 최초의 프로그램 백신을 개발한데 이어 이번엔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다. 두번의 전직과 세번째의 직업. 선동적이지 않은 그의 화법은 듣는 이를 차분하게 만들고, 그를 둘러싼 아우라는 그를 정치인이기 이전에 ‘성직자’ 같은 이미지로 남기기에 충분했다. ‘뇌물’과 ‘여자’문제가 검증 소재로 동원된 것도, 안 후보의 검증 공세의 핵심이 위법이나 탈법이 아닌 ‘거짓말’로 초점이 모아진 것도 사실은 그의 ‘성스러운 이미지’로부터 초래된 측면이 크다.

‘암울한 시대가 나를 불렀다’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이미지는 ‘신사’, ‘선함’, ‘예의 바른’으로 모아진다. 그는 상대당 박 후보의 봉하마을 방문에 ‘환영’논평을 내 사자(死者)에 대한 예를 다했고, 대인(大人)의 면모를 과시했다. 친구 노무현의 탄핵 소식엔 히말라야 산행을 접고 덥수룩한 수염을 날리며 급거 귀국해 ‘의리남’의 이미지를 굳혔다.

이같은 이미지에 문 후보의 ‘특전사 시절’ 사진은 그를 ‘고결한 마초’로 기억되게 하기에 충분한 소재가 된다. 뒷얘기지만 문 후보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벽돌 격파를 선보였고, 이 때문에 손가락 뼈에 부상을 입어 한동안 고생을 했다고 한다.

<홍석희 기자 @zizek88>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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