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걷기 무서웠던 염리동 길 ‘디자인으로 범죄예방’
뉴스종합| 2012-10-17 10:30
서울시 첫 범죄예방 디자인 적용…‘안전+예술’ 조화
전봇대에 방범용 LEDㆍ안전벨 등 설치…지킴이 집도 마련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밤만 되면 무서워 귀가하기도 힘들었던 염리동 골목길이 안전하고 산뜻하게 변신했다. 서울시가 범죄예방을 위해 범죄취약지역인 마포구 염리동과 강서구 가양동 공진중학교를 ‘범죄예방디자인(CPTED) 프로젝트’ 시범사업지로 선정하고 새단장 했기 때문이다. 기존시가지에 CPTED가 적용하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는 앞으로 범죄사전예방으로 연간 20조원의 사회적 비용이 절감되고 공동체 회복 효과가 있는 만큼 향후 도시공공디자인에 범죄예방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디자인을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마포구 염리동 한서초등학교에서 현장공개 행사를 갖고 “디장인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서울 대표적인 달동네인 마포구 염리동은 ‘소금’을 테마로 다양한 범죄예방 디자인이 적용됐다. 소금장수가 많이 살아 붙여진 염리동(鹽里洞)이란 지명을 십분 활용했다. 


우선 시는 이 지역 골목길에 1.7㎞의 소금길<지도 참조>을 조성했다. 이 길은 그동안 인적이 드물어 주민들이 불안감을 느꼈던 곳으로 1.7㎞구간은 조사를 통해 주민들이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는 지점을 연결한 길이다. A,B 2개 코스로 이뤄지며 도보로 총 40분이 소요된다. 운동코스에는 전문트레이너도 배치된다. 코스 내 전봇대에는 번호를 매기고 코스안내지도, 방범용 LED번호, 안전벨 등을 설치해 안전 부분도 강화했다.

특히 소금길 내 6가구에는 노란색 대문을 설치했다. ‘소금지킴이집’인 이 가구들은 대문에 비상벨이 설치돼 있어 위험에 처했을 때 바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또 사인조명을 달아 밤에도 불이 켜지도록 했고 처마밑에는 IP카메라를 설치해 현장상황이 녹화되도록 했다. 이외 염리동 일대에는 ▷사랑방 역할 및 24시간 초소기능 갖춘 ‘소금나루’ 운영 ▷다양한 디자인으로 채워지는 ‘담벼락 보수’ ▷지역 주민 참여 ‘자율방범’ 운영 등의 계획도 진행했다.


저소득소외계층이 많고 교육복지 지표가 열악해 학교폭력발생 가능성이 높은 강서구 공진중학교에는 ‘감시’ 대신 ‘참여’와 즐김’의 디자인을 적용시켰다. 교내에 사각지대가 많지만 주로 CCTV에 의존해 감시 기능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 사각지대를 없애는데 초점을 맞췄다. 

우선 CCTV가 없는 사각지대 8곳에 CCTV가 아닌 동영상 카메라를 설치했다. 영상 속 학생들의 움직임을 포토샵 등으로 재미있게 변환해 통행이 많은 현관입구 ‘소통의 벽’에 송출하도록 했다. 페인트칠이 벗겨져 인적이 드문 교내 사각지대엔 음향시설을 갖춘 ‘꿈의 무대’를 만들어 표현욕구를 충족시키고 벽에는 샌드백과 알록달록한 암벽 등반 시설을 갖춘 ‘스트레스 해소 존’을 조성했다. 밋밋했던 복도와 계단엔 중학생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컬러테라피 디자인을 적용했다. 이 작업에 윤호섭(그린디자인), 한명수(시각디자인), 이성표(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일러스트레이터) 등 8인의 한국 대표 디자이너와 54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동참됐다. 


시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기획은 시가 했지만 추진사업들은 모두 주민들의 활발한 참여를 통해 결정된 것”이라고 전했다.

시는 내년에는 지역 1곳과 공원 3곳에 대해 추가로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한편 학교도 한곳 추가 선정해 컨설팅 할 예정이다. 아울러 범죄예방디자인을 2013년 중점과제로 선정해 서울디자인재단 내에 ‘서울시민디자인정책연구소’를 설치, 지속적으로 서울형 범죄예방디자인에 대한 연구를 이어갈 방침이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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