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로 PGA 우승을 이끌어낸 최경주(42ㆍSK텔레콤)와 아시아 최초로 PGA 메이저대회를 우승한 양용은(40ㆍKB금융)을 배출해낸 한국남자프로골프는 현재 위기를 맞고 있다. 여자프로골프와 비교했을 때 인기는 점점 줄어들고, 대중의 관심에서도 많이 멀어지고 있다. 골프팬뿐만 아니라 미디어 역시 등을 돌리고 있는 판이다.
가장 피해를 보는건 선수다. 어려서 골프를 시작해 한국 최고, 또는 세계 최고가 되는 꿈을 꾼 선수가 대회가 없어 발을 구르며 자신의 꿈을 눈물과 함께 삼키고 있다. 해외와 비교했을 때 열악하기 짝이 없는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선수가 자신이 뛸 대회가 없어 더이상 연습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윈저클래식에서는 무명 백주엽(25)이 우승을 차지했다. 루키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날 차분한 경기운영으로 한 타 차 우승을 결정지었다. 우승 퍼팅을 성공시키고 기쁨과 한이 섞인 소리를 마구 지르던 모습에 가슴이 찡했다. 저렇게 우승을 원하고 기뻐하는 선수가 많은데, 더 성장할 수 있고 더 많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가 기다리고 있는데 그 선수가 뛸 대회가 충분히 열리지 않는 한국남자프로골프의 현실이 너무도 갑갑하다.
골프의 인기가 젊은층까지 확대되며 관심을 끄는 것과는 달리 한국남자골프는 비인기 종목이 되어가고 있다. 그 와중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남자프로골프를 후원하고 있는 대회 스폰서에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계속 그 자리를 지켜주기를 바란다. 더 많은 기업이 남자프로골프대회를 후원해주기 바란다. 선수가 꿈을 잃지 않고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제2의 최경주와 제3의 양용은은 충분히 대회를 출전할 때 가능하다.
지금 상황에서는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 너무도 많은 문제가 남자프로골프계에 도사리고 있다. 스타는 없고, 상위권 선수는 아직도 사인을 해주는 데 인색하다. 어떻게 해서든 팬을 끌어들여야 할 판에 그러한 모습을 목격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다들 자기중심적으로 눈앞의 편리와 이익만 생각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자신을 희생하지 않으면 절대로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 대중과 미디어는 냉정하게 움직인다. 마음을 얻기는 어렵지만, 떠나는 것은 쉽다.
한국남자프로골프가 가진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은 잘 갖춰진 대회 인프라와 팬들의 관심이라는 기본적인 토대 위에서만 성장할 수 있다. 올해의 아픔이 내년에 더 큰 성장을 향한 원동력이 되기를 희망한다. 한국남자골프를 응원하는 한 사람으로서의 간절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