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
단단해진 보수층.. 흔들리는 중도ㆍ20대.. 18대대선 4대 변수는
뉴스종합| 2012-11-26 10:27
18대 대선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양자 대결 구도로 좁혀졌다. 두 후보 간 경쟁은 박정희 전 대통령,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보수와 진보의 전면전이자 대리전이다. 이 가운데 세대간 경쟁, 또 부산ㆍ경남의 달라진 표심 향방도 이번 대선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박정희ㆍ노무현’ 전직 대통령의 대리전=박 후보와 문 후보는 ‘박정희의 딸’과 ‘노무현의 비서’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각기 보수와 진보 고정표를 결집시키는데는 최고 타이틀이다. 박 후보가 최악의 상황에서도 40%대의 지지율을 유지해온 것, 정치 신인 문 후보가 유력 대선 후보로 급부상 할 수 있었던 것 모두 두 전직 대통령의 후광에 힘 입은 바가 크다.

하지만 강점은 곳 약점이기도 하다. 보수ㆍ진보의 강한 결속력은 ‘외연 확대’, 즉 두 전직 대통령에게 반감을 가진 유권자들을 끌어안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호재에도 50%를 좀처럼 넘지 못하는 두 후보의 지지율이 좋은 예다.

양자대결 대진표가 확정된 직후, 두 후보의 캠프는 이런 상대 약점을 파고드는 것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안철수 전 후보 사퇴와 관련 “친 노무현 세력의 협박과 기득권 지키기에 시달리다 포기하게 된 것”이라며 맹폭했다. ‘노무현 실정’, ‘친노 폐족’, ‘선동’, ‘포퓰리즘’, ‘무능력’ 같은 단어도 수 차례 반복됐다. 반 노무현 정서를 적극적으로 자극하겠다는 의지다.

민주당 역시 같은 전략이다. 진성준 대변인은 “박 후보는 역사 인식이 5ㆍ16 군사쿠데타와 유신시대에 머물러 있다. 이번 대선은 누가 미래를 개척하고 누가 과거로 회귀하려는지를 보여 주는 미래세력과 과거세력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박정희 대 노무현’ 구도를 선언했다. 문 후보 역시 “과거세력과 미래세력의 대결이고 낡은 정치와 새로운 정치의 대결, 귀족 후보와 서민 후보의 대결”이라고 직접 포문을 열었다.

▶NLLㆍ경제민주화 선명한 대립각=두 후보의 프레임 전쟁은 정책 대결로 이어진다. 상대적으로 양 후보의 가운데 서 있던 안 전 후보의 중도 사퇴로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의 대립각은 더욱 선명해진 모습이다.

경제민주화는 문 후보의 공세에 박 후보가 방어하는 구도다. 기존 순환출자 3년 내 일괄 해소, 10대 대기업 출총제 부활, 금산분리 강화 등 강도높은 ‘재벌개혁’으로 박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 경제민주화가 부각된 이유인 재벌 개혁에 대해 박 후보가 소극적이라는 논리다.

반면 박 후보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금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비리 총수 처벌 강화 등 공정 경쟁 원칙을 확립하는 것 이상의 기업 규제는 자칫 시장경제 원칙 자체를 흔들 수 있다며, 문 후보의 정책을 규제 일변도 ’재벌 때리기’로 역공하는 모양세다.

NLL(북방한계선)으로 대표되는 대북ㆍ안보 문제에서는 두 후보의 공세가 뒤바뀐다. 겉으로는 두 후보 모두 ‘포용적인 대북 정책’을 추구하고 있지만, 연평도 포격이나 천안함 사태, 금강산 관광객 피살 등에 대한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나 재발방지 대책을 강조하는 박 후보가, ‘일단 대화하고 보자’는 문 후보를 압박하는 구도다.

정옥임 새누리당 대변인은 “NLL 사수라고 문 후보가 말하지만, 악마는 디테일 속에 있다”며 “북한 측에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결코 쉽게 양보한 사실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이의제기하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또 지난 연평포격 추도식에 불참한 문 후보의 태도도 적극 공격했다.

두터운 보수층ㆍ강력한 진보층=이 같은 두 후보의 팽팽한 대립을 가능케 한 것은 ‘두터워진 보수, 강해진 진보’로 요약 가능한 유권자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박 후보에게 우호적인 50대 이상 유권자는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20대와 30대 유권자 숫자를 앞질렀다. 10년 전 대선에서 전체 유권자의 29.3%였던 50대 이상 유권자 숫자는 이번 대선에서 39.2%로 크게 늘었다. 리서치앤리서치(R&R)와 동아일보가 2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50대 유권자와 60대 유권자의 박 후보 지지율은 각각 58%와 66%로 문 후보를 2배 가까이 앞섰다.

또 젊은 보수층을 중심으로 최근 인터넷 활동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점도 박 후보에게 유리한 점이다. 전날 민주당이 ‘일간베스트’라는 친여 성향 특정 사이트와 ‘종북’ 발언을 한 여자 연예인을 언급하며 견제하는 논평을 내 논란을 자초한 것도 과거와는 달리 보수 유권자들의 활발해진 인터넷 활동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에 맞서는 진보층 역시 강한 결속력, 그리고 외연 확대를 노리고 있다. 특히 역대 선거에서 결정권을 쥐고 있던 40대 유권자들의 진보 성향 강화는 문 후보측에 큰 힘이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40대 유권자들은 문 후보에게 42%의 지지를 보여주며 균형자 이상의 역활을 하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386세대가 40대의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안정보다는 변화에 대한 목마름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강조했다. 과거 여야 정권교체의 주역이던 세대가 40대로 포진하면서, 진보층의 위력도 한층 강해졌다는 의미다. 결국 이번 대선은 전통적으로 높은 투표율을 자랑하는 50대, 60대 이상 유권자에 맞서, 친야 성향의 40대 이하 유권자들이 얼마나 투표장으로 향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사활건 부산ㆍ경남(PK) 전투=이번 대선의 승부는 부산ㆍ경남(PK)에서 갈릴 것이라는데 여야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새누리당의 아성이던 이 지역에서 문 후보가 40%대 득표에 성공할 경우, 판 뒤집기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성향 김두관 경남지사가 탄생했고, 4ㆍ11 총선에서 부산 사상 선거를 승리로 이끈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새누리당 독식에 염증을 느낀 부산, 경남지역 젊은 유권자들의 반란표가 대선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 공약, 그리고 LH 본사이전 관련 말 바꾸기 논란도 결국 PK 민심 사로잡기가 놓여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문 후보의 PK 지지율을 35% 수준에서 묶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새누리당이 해당 지역 전 의원에게 지역 현장 활동을 주문하고, 밀양과 가덕도 사이를 오가던 부산 신공항 공약도 부산 쪽에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결국 PK 민심을 잡기 위한 전략이다. 또 부산, 경남과 대구, 경북 특유의 ‘우리가 남이가’ 하는 정서도 나름 기대하는 눈치다.

함성득 고려대 교수(대통령학)은 “야권 후보가 이 지역 출신인 문 후보로 결론나면서 PK 싸움을 눈여겨 봐야 한다”며 “PK에서 문 후보가 40% 이상의 득표율을 확보하면 대선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정호ㆍ홍석희 기자 /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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