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
‘국가 대 서민’ 첫 유세 일정으로 본 朴-文 대선전
뉴스종합| 2012-11-27 10:41
〔헤럴드경제=최정호ㆍ홍석희 기자〕‘동작동 국립현충원 vs 노량진역’.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27일 공식 선거운동 출발점이다. 버스로 불과 10여분만에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이다. 물리적 거리와 달리 국립현충원과 노량진역이 보여주는 정치적 거리는 멀기만 하다. 이는 18대 대선이 ‘국가 대 서민’의 대충돌로 갈 것이라는 예고탄인 셈이다. ‘보수 대 진보’라는 프레임안에 쓰여질 각론을 국가와 서민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박 후보는 이날 동작동 국립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공식 유세에 들어갔다. 국립현충원은 공직에 나서는 사람들에게는 ‘국가관’을 강조하는 의례적인 코스로 읽힌다. 박 후보는 과거에도 공식 출발지를 항상 국립현충원에서 시작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지난 9월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된 다음날에도 그는 어김없이 국립현충원을 찾아 ‘국가’에 방점을 찍었다.

박 후보는 종종 “국가와 결혼했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날 이날 국립현충원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이 길이 저에게는 15년 정치 여정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며 “위기와 어려움이 있을 때, 저를 믿고 또 지켜주셨던 국민이 있었기에 오늘의 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것도 국가에 대한 그의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날 TV토론에서도 국가와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한치의 양보도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이날 토론회에서 “연평도 포격 희생자에 대한 위로는 커녕 NLL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사람이 과연 북한 미사일에 대처를 잘할 수 있겠느냐”며 에둘러 문 후보를 향해 비판의 화살을 날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다른 정책 보다도 더 강하고 명료한 메시지를 준 것은 그만큼 ‘국가’를 최우선으로 꼽고 있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결국 박 후보의 이날 현충원 행보는 보수 대 진보의 세 대결로 굳어진 이번 대선에서 보수층 ‘집토끼’를 향한 강한 러브콜의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가 국립현충원에서 선거 운동의 첫 테이프를 끊은 것고 이와 무관치 않다. ‘국가’ 만큼 보수층을 한데로 묶을 수 있는 도구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국립현충원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 때문에 남다른 곳이기도 하다. 이날 아버지의 묘역을 참배하지는 않았지만 ‘국가=아버지’라는 등식이 정서적으로 공간적으로 맞물리는 장소라는 점에서 자신의 발목을 잡아왔던 과거사 논란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의 표현도 담겨 있다.

이와 관련 안형환 새누리당 대변인은 “어떻게 박정희 전 대통령과 싸워야겠나. 대한민국을 이끌 능력이 있는 후보가 누구인 지를 놓고 정정당당히 대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 시절 과오를 박 후보에게 투영시키겠다는 야권의 선거 전략을 ‘신뢰’와 ‘안정’이라는 이미지로 맞대응하겠다는 의미다.

박 후보와 달리 문 후보는 첫 유세지로 노량진 지하철 역 앞을 선택했다. 당초 선거 전략지로 꼽히는 부산에서 공식 일정을 시작하는 것으로 했으나 막판에 부산 출발에 앞서 서울 노량직 지하철 역을 선두에 서게했다.

하루 유동 인구가 10만 명이 넘는 교통의 요지이자, 그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젊은층과 고시생들이 주로 모이는 곳에서 ‘지지층 다지기’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이날 선거 운동 역시 대형 유세차량 대신, 시민과 같은 눈 높이에 서서 짧게 인사하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서민적’, ‘친근함’을 한층 강조했다.

특히 노량진은 문 후보가 앞선 유세 기간 중 학원생들과 함께 ‘컵밥’을 먹는 모습을 보였던 곳이기도 하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 일부는 ‘컵밥’이 무엇인지, 누가 이런 모습을 만들었는지 의아해 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컵밥’ 아이템은 문 후보가 서민 이미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생각해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이번 대선의 프레임을 ‘서민’으로 가져 가겠다는 강한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그가 ‘귀족 대 서민’ 프레임을 케치 프레이즈 전면에 내세운 것의 일환인 셈이다.

이는 지난 2007년 당시 정동영 민주당 후보가 도라산역에서 첫 선거운동을 벌인 것과는 다른 맥락이다. 당시 정 후보가 평화와 통일에 방점을 찍었다면 문 후보는 ‘노무현’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서민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이다.

문 후보의 첫 유세지 지하철 역은 ‘소통’과 ‘끌어안기’가 절실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안철수 전 후보의 사퇴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기대했던 ‘컨벤션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노량진 유세는 안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젊은 학생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 아직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는 안 후보를 향한 일종의 러브콜이다.

문 후보측 윤여준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은 “문 후보 캠프가 긴장할 필요가 있지만 시너지 효과가 확 생기면 느슨해지니까 오히려 다행이다. 안 전 후보가 통합행보에 참여하면 시너지 효과가 생길 것”이라며 안 후보 측을 향한 외연 확장이라는 선거 운동 지향점을 강조했다.

최정호 기자 /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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