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
국립현충원 vs 지하철역…국가·서민 ‘프레임대결’ 포문 열다
뉴스종합| 2012-11-27 11:16
朴 국가관 강조 공식코스 선택
아버지 묘역 참배로 보수층 결집
과거사 정면돌파·안보 의지 다중포석

文 청년·서민층 밀집지역서 유세 스타트
부진한 단일화 ‘컨벤션효과’ 고심
침묵하는 安·2030표심에 러브콜



‘동작동 국립현충원 vs 노량진역’.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27일 공식 선거운동 출발점이다. 버스로 불과 10여분 만에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이다. 하지만 18대 대선이 ‘국가 대 서민’의 대충돌로 갈 것이라는 예고탄이다. ‘보수 대 진보’라는 프레임 안에 쓰여질 각론을 국가와 서민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박 후보는 이날 동작동 국립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공식 유세에 들어갔다. 박 후보는 과거에도 공식 출발지를 항상 국립현충원에서 시작했다. 지난 9월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된 다음날에도 그는 어김없이 국립현충원을 찾아 ‘국가’에 방점을 찍었다.

박 후보가 종종 “국가와 결혼했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날 국립현충원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이 길이 나에게는 15년 정치 여정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며 “위기와 어려움이 있을 때 나를 믿고, 또 지켜주었던 국민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것도 국가에 대한 그의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12월 19일 대선의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선거전의 막이 올랐다. 전국 방방곡곡에 내걸릴 후보들의 포스터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 순회 유세의 빈 자리를 채워줄 가장 든든한 선거운동원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당직자가 최종 확정된 후보들의 포스터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그는 전날 TV 토론에서도 국가와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한 치의 양보도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이날 토론회에서 “연평도 포격 희생자에 대한 위로는커녕 NLL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사람이 과연 북한 미사일에 대처를 잘할 수 있겠느냐”며 에둘러 문 후보를 향해 비판의 화살을 날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다른 정책보다도 더 강하고 명료한 메시지를 준 것은 그만큼 ‘국가’를 최우선으로 꼽고 있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국립현충원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 때문에 남다른 곳이기도 하다. 이날 아버지의 묘역을 참배하지는 않았지만 ‘국가=아버지’라는 등식이 정서적ㆍ공간적으로 맞물리는 장소라는 점에서 자신의 발목을 잡아왔던 과거사 논란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의 표현도 담겨 있다.

이와 관련, 안형환 새누리당 대변인은 “어떻게 박 전 대통령과 싸워야겠나. 대한민국을 이끌 능력이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를 놓고 정정당당히 대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 시절 과오를 박 후보에게 투영시키겠다는 야권의 선거전략을 ‘신뢰’와 ‘안정’이라는 이미지로 맞대응하겠다는 의미다.

박 후보와 달리 문 후보는 첫 유세지로 노량진 지하철역 앞을 선택했다. 당초 선거 전략지로 꼽히는 부산에서 공식 일정을 시작하는 것으로 했으나 막판에 부산 출발에 앞서 서울 노량직 지하철역을 선두에 서게 했다.

하루 유동 인구가 10만명이 넘는 교통의 요지이자, 그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젊은층과 고시생이 주로 모이는 곳에서 ‘지지층 다지기’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이날 선거운동 역시 대형 유세차량 대신 시민과 같은 눈높이에 서서 짧게 인사하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서민적’ ‘친근함’을 한층 강조했다.

특히 노량진은 문 후보가 앞선 유세기간 중 학원생과 함께 ‘컵밥’을 먹는 모습을 보였던 곳이기도 하다. 당시 민주당 의원 일부는 ‘컵밥’이 무엇인지, 누가 이런 모습을 만들었는지 의아해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컵밥’ 아이템은 문 후보가 서민 이미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생각해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이번 대선의 프레임을 ‘서민’으로 가져가겠다는 강한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그가 ‘귀족 대 서민’ 프레임을 캐치프레이즈 전면에 내세운 것의 일환인 셈이다.

문 후보의 첫 유세지 지하철역은 ‘소통’과 ‘끌어안기’가 절실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안철수 전 후보의 사퇴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기대했던 ‘컨벤션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노량진 유세는 안 전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젊은 학생을 직접 만나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 아직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는 안 전 후보를 향한 일종의 러브콜이다.

문 후보 측 윤여준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은 “문 후보 캠프가 긴장할 필요가 있지만 시너지 효과가 확 생기면 느슨해지니까 오히려 다행이다. 안 전 후보가 통합행보에 참여하면 시너지 효과가 생길 것”이라며 안 전 후보 측을 향한 외연 확장이라는 선거운동 지향점을 강조했다.

최정호ㆍ홍석희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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