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어자서 적극적 권리행사자로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분 보유 기업들의 주총에서 3월 말까지 전체(2084건)의 12.5%인 총 260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반대가 부결로 이어진 것은 총 6건이었다. 지난해 총 3건(한섬ㆍ삼천리ㆍ키움증권)의 부결 수를 넘어섰다. 재벌그룹 총수의 계열사 및 관계사 이사 선임에 잇달아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최근 산은캐피탈 등 대체 투자를 맡겼다가 손해를 낸 위탁운용사를 대상으로 소송도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선관 주의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발견됐다”고 사유를 설명했지만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정치권 역시 연기금의 ‘주식 투자 10% 제한 룰’ 완화에 나서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10% 룰은 개별 종목을 10% 이상 보유한 투자자는 ‘주요주주’로 규정돼 보유 주식 수가 바뀔 때마다 5일 이내에 변동 내용을 공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룰이 완화되면 국민연금 등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공시 의무는 매 분기 말로 유예된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종목이 늘어날수록 주주권 행사에 외부 입김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민연금의 의결권은 강화되는 추세이긴 했지만 실질적인 영향력은 거의 없었다”면서 “새 정부가 국정과제 추진계획 중 하나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강화’를 제시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국민연금의 행보를 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만약 10% 이상 주식을 가지겠다고 결정한다면 적극적으로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며 “지배주주 또는 주요주주인 상황에서 권한을 열심히 행사하지 않는 것은 수급권자(가입자)의 재산을 깎아먹는 행위와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익명을 주장한 한 전문가는 “가입자인 국민 의사는 무시한 채 소수의 관계자가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이중의 대리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차기 국민연금 이사장 선임 과정에서 기금운용 본부의 독립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을 전담할 기구로 국민연금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국민연금 측 관계자는 “기금운용이 다른 나라의 연기금에 비해 수익률이 높은데 굳이 기금운용을 분리할 필요가 있겠느냐”면서 “정치권 논리에 치우칠 경우 오히려 국민연금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양대근 기자/bigroo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