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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유머 · 한복 드레스코드…朴대통령의 부드러운 파격
뉴스종합| 2013-04-26 11:20
“당신이 내 속살을 본 최초의 남자다.” 몇 년 전 선거운동 중 면도칼 피습으로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난 박근혜 대통령이 집도 의사에게 던진 농담이라고 한다.

얼마 전 타계한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는 의회에서 남자 국회의원들이 자기를 여자라고 얕보기라도 하면 “요란하게 소리를 지르는 건 수탉이지만 실제 알을 낳는 건 암탉이다”란 위트로 맞받아쳤다. 1980년대 대처리즘과 함께 이념적 쌍생아여던 레이거노믹스를 이끌었던 로널드 레이건은 재임 시절, 정신이상자가 쏜 총탄에 맞아 조지워싱턴 대학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적이 있다. 당시 촌각을 다투는 수술을 앞두고 레이건은 의료진에게 “당신들이 (나와 같은) 공화당원이길 바란다”는 유머를 던졌다고 한다.

대통령의 유머와 파격적인 변신은 ‘이미지 정치’의 정점에 선다. 이 같은 대통령의 모습에 국민들은 열광하기도 하고, 마음을 놓기도 한다. 삿대질을 하며 비판의 메스를 가하면서도 피식 웃게 만들기도 한다.

‘딱딱하고 자로 잰 듯한 규격화된 이미지로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기(氣)를 죽인다’는 오해(?)를 사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파격 아닌 파격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때로는 여성성을 강조하면서, 때로는 어린 시절 청와대에 머물던 20대의 모습으로, 또 때로는 썰렁한 유머로 ‘나 그런 사람 아니에요~’라며 항변하는 모습이다.

다음달 5일부터 4박6일간의 미국 방문길에 오르는 박 대통령의 짐 속에는 여러 벌의 한복도 포함된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미국 방문 동안 언제 한복을 입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지난 2월 취임식 때와 마찬가지로 한복의 맵시를 뽐낸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한복을 우아하게 잘 입어 베스트드레서로 꼽히기도 했던 어머니 고(故) 육영수 여사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바지 정장 스타일을 고집하는 박 대통령에게는 엄청난 파격이다.

최근에는 ‘썰렁한 유머’ 시리즈로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국회의원들과의 ‘식사정치’의 첫 테이프를 끊은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만찬(9일)에선 자신의 코를 가리키며 “코에 뾰루지가 낫다. 아마도 여러분이 그리워서 상사병이 걸린 것 같다”고 했다. “대통령은 참모진이 가깝게 다가가기에 굉장히 어렵게 느낀다고 외부에 알려져 있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그게 다 유언비어예요”라며 웃어 넘겼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곁에서 오래 모시다 보면 그분(대통령)에 대해 사람들이 참 많은 걸 오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격식을 따지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알고, 속정도 참 많으신데 그걸 몰라줘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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