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여의도 300 파워
뉴스종합| 2013-05-29 11:12
개헌문제·갑을관계·경제민주화 등
이슈 직접생산·입법 통한 해법 주도
통법부 탈피 국정 이끄는 축으로 부상

1년간 의원 발의법안 4500여개
정부안 317개 그나마도 주요내용 수정

19대 국회 권력 막강해지며 몸값 상승
의원실 보좌관들 기업 영입제의 봇물




19대 국회는 그 어느 때보다 권력이 막강하다. 온 나라를 한바탕 시끄럽게 만들 수 있는 ‘개헌’ 문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갑을 관계’, 그리고 ‘경제민주화’ 등을 주도하고 있는 곳도 바로 국회다. 심지어 “속도 조절”을 주문하는 대통령의 목소리는 행정부 수반의 “뻔한 멘트” 취급을 받을 정도다. 한편에서 ’후진정치’의 상징처럼 비판받고 있지만, 국회와 대통령의 권력 균형추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통법부는 없다. 행정부가 눈치보는 국회=국회의 높아진 위상은 숫자로 바로 확인 가능하다. 국회의 대표적 기능인 법 만들기에서 국회의원들의 활약상은 두드러진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구성됐던 국회는 모두 7차례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첫 국회인 13대 국회에서 제출된 법안 중 정부가 발의한 것은 39.2%에 달했다. 이 비중은 14대 64.4%, 15대 41.4% 등으로 계속됐다. 국회가 사회적 이슈를 주도하는 것은 고사하고, 대통령과 정부가 만들어 온 법안을 훑어보고 망치 두드리기에 바빴다는 의미다. 국회의원 스스로가 민주화 이후에도 정부의 안을 처리하는 ‘통법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이번 19대 국회에서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국회에서 정부가 발의안 법안의 비율은 점차 줄어들고, 대신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늘고 있는 것이다. 즉 국회가 대통령의 뜻을 받아 처리하는 ‘통법부’가 아닌, 법률 제정과 심사라는 제 역할을 하는 입법부로 발전해 가고 있다는 뜻이다.

19대 국회 개원 이후 지난 1년간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4500개가 넘은 반면, 정부안은 317개에 불과했다. 그나마 발의된 정부안도 국회 상임위, 그리고 각 당 대표들의 협의 과정에서 대부분 주요 내용이 바뀌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비로소 국회가 ‘입법부’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들어 국회가 열리지 않는 비수기에도 의원회관을 찾는 각 부처 고위 공무원, 그리고 산하 공기업 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같은 국회의 높아진 위상과 같은 맥락이다.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19대 국회는 야당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우리사회의 모든 이슈를 선점할 만큼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됐다. 하지만 과잉입법 등 ‘견제되지 않는 권력’에 대한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헤럴드경제DB]

▶국회 파워 높아지니 몸값도 상승=최근 새누리당과 민주당 의원실 보좌관들에게는 각종 기업들의 영입 제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어느 의원실에 누가 어디로 갔다’는 말이 국회 의원회관 이곳저곳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들린다. 그동안 기업들의 대관업무를 담당하던 공기업ㆍ행정부 출신 인사들의 자리를 국회의원실에 근무했던 보좌관이나 비서관들이 대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보좌관들이 높은 연봉을 제시한 기업체로의 ‘영전’이 최근 빈번해진 것은 그만큼 국회의 힘이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과거 국정감사를 통한 ‘행정부 감시’와 인사검증 시스템인 ‘인사청문회’가 국회의 주된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국회가 이슈를 직접 생산하고 만들어내며 입법을 통한 해법까지 주도하게 되면서 국정 주도세력의 한 축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가 과거보다 큰 역할을 가지게 된 것은 민주주의 역사 발전의 방향이기도 하다. 독재정권에선 당이 단순한 거수기 역할로 위상이 전락하지만, ‘아래로부터’를 실현하는 민주주의가 오래될수록 국회(또는 의회)가 더 많은 권한을 가지게 된다. 1987년 이후 6공화국 체제가 25년 넘게 유지되면서 민주주의가 착근 단계를 넘어 성숙 단계로 옮아가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특히 19대 국회의 상징이기도 한 ‘국회 선진화법’은 국회 위상을 확실히 높여준 계기다. 선진화법은 국회의원 ‘3분의 2’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아주 간단한 법안 처리도 못하도록 막고 있다. ‘합의정신’이 강조된 것이다. 과거 ‘싸우는 국회’가 다수 국민들로부터 외면받는 원인이었다면, 여야 합의로 처리된 ‘선진화법’은 국민 외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평가다.


▶이슈 주도권 국회로 넘어 왔나=19대 국회에서 논의된 이슈들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정년 60세 연장 방안 등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새누리당은 기업들의 반발 등을 고려해 ‘임금피크제 도입과 2015년 시행’이라는 조건을 추가했고, 현재 해당 법안은 국회 본회의와 국무회의를 차례로 통과한 상태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청와대와 정부에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청와대의 ‘주문’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하고, 정부안에 ‘온건한 입장’에서 찬성했던 과거와는 딴판이다. 박근혜정부 첫 인사에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와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여당 내 비토 기류다.

19대 국회 최대 쟁점은 역시 ‘개헌’으로 좁혀진다. 개헌은 박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만큼 19대 국회 최대의 ‘블랙홀’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청와대ㆍ정부 등 현안 부처 이슈가 묻히고 국회가 그 중심축에 설 공산이 커 청와대 등의 개헌 의지가 국회 개헌 논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정호ㆍ홍석희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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