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예전 Made in China 아닌데…여전히 저가만 요구하는 정부
뉴스종합| 2013-07-16 11:55
“담당 부서가 방통위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됐는데도 우리한테 싼 제품만 찾는 것은 그대로네요.”

미래부가 하반기 자급제용 단말기 출시를 준비 중인 가운데 한 중국 스마트폰 기업 고위 관계자가 최근 털어놓은 말이다.

레노버가 HP를 꺾고 세계 최대 PC 기업으로 올라서고,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5위권에 화웨이와 ZTE 등 중국 기업 2곳이 이름을 올려 놓을 정도로 IT산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 IT 시장에는 ‘메이드 인 차이나=저가’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삼성전자와 애플처럼 프리미엄 제품 전략을 구사하는 중국 IT기업의 실상을 우리 정부와 기업이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도 휴대전화를 구입할 수 있는 단말기 자급제가 시작됐지만 현재 정부 사이트에 등록된 중국 스마트폰은 ZTE의 제트폰이 유일하다. 대형마트 및 자급제 담당 공무원과 협상을 진행했던 업계 관계자는 “중국 본사에서는 최상급 제품이나 적어도 중고급 단말기 이상을 기준으로 내세우는데 여기서는 1년이 지나도 하나 같이 값싼 제품만 찾고 있다”고 말했다.

태블릿 시장도 마찬가지다. 한 통신사가 삼성 갤럭시 노트10.1, 애플 아이패드, 화웨이 미디어패드 등 3가지 제품을 놓고 단말기 담당자끼리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 결과 미디어패드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화웨이측은 갤럭시 노트10.1과 아이패드 동급의 가격을 요구했지만 해당 통신사는 이보다 30~40% 이상 낮은 출고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국 기업들은 무작정 저가 제품부터 찾기 전에 제대로 된 가격 경쟁이 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지난 10일 열린 이동형 미래부 통신정책국장과의 오찬 간담회에서도 통신사 보조금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정부 요구대로 값싼 제품을 내놓아도 통신사 보조금이 대거 투입된 10만원대 프리미엄 제품과 승부가 안 된다는 것이다.

한 중국 제조업체 관계자는 “보조금 부담에 알뜰폰(MVNO)으로 눈을 돌리려고 해도 알뜰폰 시장이 영세해 수익에 대한 리스크를 따져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