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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 만을 위한 옷은 만들지 않는다”
라이프| 2013-11-26 11:44
상업성·독창성 겸비한 디자인 추구
런던 디자인계 새 트렌드 주도 주목


“정말 세 번 연속 받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다른 디자이너에게 송구한 마음마저 듭니다. 더 열심히 하라는 뜻일 텐데, 어깨가 무거워요.”

‘제9회 삼성패션디자인펀드(Samsung Fashion Design Fundㆍ이하 SFDF)’의 수상자인 디자이너 최유돈(36ㆍ유돈초이 대표ㆍ사진) 씨는 솔직한 소감을 털어놨다. 최 디자이너 외에 SFDF 3회 수상은 정욱준 제일모직 상무가 유일하다. 그는 “롤모델인 정욱준 상무와 같은 커리어를 쌓게 돼 영광”이라며 활짝 웃었다.

최 디자이너는 국내에선 낯설지만, 런던에선 ‘영국 패션의 새로운 경향을 이끄는 신진 디자이너’로 주목받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유돈초이(Eudon Choi)’는 창의적이면서도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옷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09년부터 매 시즌 런던 패션위크에서 오프스케줄(비공식) 무대에 자신의 컬렉션을 선보이다 2012년 2월 정규 일정에 데뷔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앞서 2011년에는 미국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가 그의 컬렉션을 보고 “아름답다”는 호평을 했다. 미국 온라인 패션매체인 ‘스타일닷컴’은 덕혜 옹주를 모티브로 한 그의 ‘2014 S/S 런던쇼’를 커버로 장식했다. 신진 디자이너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사진=제일모직 제공]

최유돈의 패션쇼는 테마가 강하다. 2013 FW 시즌에서는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영감을 받아 러시아 감성을 표현했고, 2014 SS 시즌에서는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 옹주’를 모티브로 컬렉션을 준비했다. 독창적으로 해석하는 데에 치우치지 않고 상업성도 겸비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다. 실제로 쇼가 다가오면 주말도 없이 스튜디오에서 작업에 몰두한다.

“제 옷을 보면 ‘미묘하다’고 합니다. 오버하거나 과하지 않아도 여성성이 드러나는 ‘절제된 여성적 존재감’을 추구하고 싶은 저에게는 칭찬이겠죠?” 실제로 그의 옷을 보면 남성복에서 강조하는 테일러링과 정교한 패턴이 돋보인다. 그러면서도 여성스러움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존경하는 디자이너는 벨기에의 ‘드리스 반 노튼’이다. “드리스 반 노튼은 ‘쇼만을 위한 의상을 준비하지 않는다. 모두 판매하는 옷’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상업성과 독창성을 겸비한 디자이너예요. 제 지향점이기도 합니다”라며 “계속 살아남을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연세대 94학번인 그는 케이블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팬이다. 다 보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이야기 같아서 눈물도 났다고 한다. 현재 영국의 SPA 브랜드인 ‘리버아일랜드(River Island)’의 디자인포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패션은 동시대 라이프스타일을 흡수해서 반영해야 한다는 그의 다음 시즌 쇼는 어떤 모습일까. 한류, 한국 디자이너가 주목받는 지금 그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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