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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구글-시스코…反애플 특허 동맹 떴다
뉴스종합| 2014-02-06 08:29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삼성전자와 구글, 시스코가 특허로 하나가 됐다. 세계 최고의 단말기, 운영 시스템, 장비 업체가 안드로이드 동맹을 맺고, 특허 해적(patent privateering)에 맞서는 것이다.

6일 삼성전자와 시스코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특허를 공유하는 내용의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지난달 27일 삼성전자와 구글, 또 5일에는 구글과 시스코가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서로가 강점을 지난 분야의 특허를 상대방과 같이 사용함으로써, 향후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게 이번 3각 크로스 라이선스의 기본 취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삼성-구글-시스코’의 3각 편대가 특허 해적을 향한 역공의 의미가 더 큰 것으로 해석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 1등을 달리고 있는 ‘안드로이드 진영’을 온갖 특허 소송으로 공격하고 있는 애플과 MS, 그리고 특허전문업체(NPE)들에게 더 이상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 구글과 시스코는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 체결 공식 발표문에서 ‘서로 잠재적인 법적 분쟁 소지를 줄이고, 특허 해적에 맞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미국의 한 온라인 매체는 안드로이드 단말기 파트너들을 고소하는 MS, 애플 등을 꼽았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구글에 이어 시스코와도 전방위적인 특허 계약을 체결한 것은 앞으로 존재 가능한 위협을 사전에 방지했다는 의미가 큰 것으로 해석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1위 자리를 수성하고, 태블릿 세계 1위를 노리는 삼성전자가 안전판 확보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애플과 벌이고 있는 특허 전쟁에도 이번 안드로이드 크로스 라이선스 동맹이 일정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무분별한 특허 해적의 공세가 IT 기술 발전에 독이 될 수 있음을 구글과 시스코 등 미국 기업 스스로가 인정했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최근 갤럭시에 이어 태블릿까지 번진 법정 다툼에서 반전을 노릴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선의의 기술 경쟁이 아닌 법정 싸움으로 점철되고 있는 특허 전쟁은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제품 가격을 상승시키는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 구글, 시스코가 보여준 평화로운 특허 라이센스 협상은 이러한 소송에 대해 모범적 사례가 될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이번에 삼성전자와 삼각동맹을 완성한 구글과 시스코도 특허 전쟁에서 자유롭지 못한 형편이다. 애플은 지난 2012년 구글이 만든 최신 안드로이드 시스템인 ‘젤라빈’을 특허 소송 대상에 포함시켰고, 또 MS는 구글이 인수했던 모토로라를 상대로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시스코 역시 넷기어, 모토로라와 손잡고 지난 2011년 무선랜 서비스를 제공하는 8000개 호텔과 커피숍에 협박조로 돈을 뜯어내려던 특허괴물을 직접 고소한 전례가 있다.

한편 삼성전자의 특허 경쟁력 자체가 세계적으로 또 다시 주목을 받게 된 점도 소득으로 꼽힌다. 미국 특허조사업체 IFI 클레임 페이턴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676건의 특허를 미국에서 출원, 건수로 2위에 올랐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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