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19대 국회의원들이 지난해 후원회를 통해 모금한 후원금의 합계가 총 382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여전히 전ㆍ현직 지방의원이나 기초단체장, 기업인들로부터 고액의 후원금을 받은 경우도 상당수 있어 ‘구태 정치’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3일 정치자금법에 따라 공개한 ‘2013년도 국회의원 후원회 후원금 모금액’ 자료에 따르면, 국회의원 298명의 후원금 모금 총액은 381억9200만원, 1인당 평균 모금액은 1억2816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9대 총선이 있었던 2012년의 449억1466만원보다 약 67억원이 감소한 것이다. 하지만 2012년은 총선이 있어 국회의원 1인당 연간 후원금 한도가 1억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2배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감소한 것만으로도 보기 어렵다. 지난해 총선이 없었음에도 전년도 총 후원금의 85%에 달하는 돈이 걷혔기 때문. 이에 국회의원들의 후원활동이 그 만큼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따르고 있다.

실제 지난해 모금액 한도를 초과한 의원은 새누리당 38명, 민주당 42명, 통합진보당 2명, 정의당 3명, 무소속 2명 등 모두 87명에 달했다. 전체 의원의 30%가량이 한도를 넘겨 후원액을 받은 셈이다.

후원금을 건넨 출처도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 속한 지방의원이나 기초단체장으로부터 고액의 정치후원금을 받고 있는 부분으로 국회의원이 지방의원이나 단체장의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눈치보기식’으로 후원금을 전달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2013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에 따르면 지역구 여야 의원 6명이 전ㆍ현직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들로부터 300만원 이상 고액 후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의 경우 김을동(서울 송파구병) 의원이 지난해 3월과 9월 류수철 서울시의원에게서 각각 300만원, 200만원등 모두 500만원을 후원받았다. 김 의원은 박춘희 송파구청장으로부터도 100만원과 400만원씩 500만원을 후원받았다. 같은 당 유승민(대구 동구을) 의원은 도재준 대구시의원에게서, 이한구(대구 수성갑) 의원은 박민호 수성구의원으로부터 각각 500만원을 받았다.

민주당에서는 정호준(서울 중구) 의원이 김영선 중구의원으로부터 매달 30만원씩 500만원을 후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이석형 전 함평군수에게서 4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이 전 군수는 이번 6ㆍ4지방선거에서 안 의원 측 새정치연합 소속으로 전남도지사 출마를 준비해 왔다.

기업인들로부터의 후원도 적지 않았다. 새누리당의 경우 김상민(비례) 의원이 김해점 롯데아웃렛 회장, 서병수(부산 해운대기장군갑) 의원이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으로부터 각각 500만원을 후원받았다. 강석호(경북 영양ㆍ영덕ㆍ봉화ㆍ울진) 의원은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조우종 영풍 사장으로부터 500만원씩, 여상규(경남 사천ㆍ남해ㆍ하동) 의원은 손길승 SK명예회장으로부터 250만원씩 2차례에 걸쳐 500만원을 받았다.

홍문종(경기 의정부시을), 정우택(청주 상당) 의원은 구천서 한중경제협회장으로부터 각각 500만원을 받았다. 민주당에서는 원혜영(부천 오정) 의원이 이규석 풀무원생활건강 사장으로부터 500만원을 받았다. 오제세(청주 흥덕갑) 의원은 가수 ‘싸이’의 부친인 박원호 디아이 대표에게서 200만원씩 2차례에 나눠 400만원을 기부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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