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푸틴, 크림 먹은 대가…G8선 퇴출.루블화도 9% 폭락
뉴스종합| 2014-03-25 09:25
지난 21일 크림공화국 합병에 서명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제적인 ‘왕따’ 신세가 됐다. 정치적으로 주요 8개국(G8) 등 국제회의체에서 배제됐고, 경제적으로 올들어 700억달러가 유출되는 등 ‘자금 엑소더스’ 상태에 놓였다.

▶“푸틴 빠져” G7, 헤이그 선언=주요 7개국 모임인 G7(미국ㆍ영국ㆍ독일ㆍ프랑스ㆍ일본ㆍ이탈리아ㆍ캐나다)은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첫 회동을 갖고 러시아를 국제회의체에서 제외하고 추가 제재를 강화하는 ‘헤이그 선언’을 채택했다.

G7 정상들은 이날 90분간의 회동 직후 내놓은 공동 성명서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략을 바꿀 때까지 주요 선진국의 모임인 G8 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정상들은 당장 오는 6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G8 정상회의에 불참하고, 대신 러시아를 제외한 채 브뤼셀에서 회동하기로 했다.

아울러 “푸틴 러시아 행정부가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계속할 경우 더 가혹한 경제 재재 조치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남부나 동부 지역으로 진격하는 등 긴장을 고조시킬 경우 국제 사회가 공조해 에너지, 금융, 국방 등 러시아 경제의 핵심 부문에 대한 추가 제재를 가하기로 약속했다.

이번 회동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긴급 제의로 헤이그에서 25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기간에 따로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G8은 공식 가입절차 없는 비공식 클럽”이라며 “따라서 누구도 G8에서 추방될 수 없다”고 강변했다. 이어 “G8의 존재 이유는 서방 선진국과 러시아 간 논의를 위한 것이었다”며 “하지만 이제 이를 위한 G20(신흥국 포함 주요 20개국) 등 다른 포럼이 있으니, 서방이 G8의 미래가 없다면 그렇게 하라. 우리는 그런 형식을 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5개 주요 신흥 경제국 브릭스(BRICSㆍ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도 미국을 위시한 G7과 EU의 움직임에 반대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거부하고 유엔을 통해 사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브릭스 국가는 성명에서 “적대적인 언사와 제재, 그리고 강압은 지속 가능하고 평화적인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우크라 사태 러시아엔 재앙(?)=러시아의 크림반도 장악 이후 러시아 경제는 타격을 면치 못하고 있다. 러시아 증시 종합지수인 미섹스(MICEX) 지수는 올해들어 13.1%, 루블화 가치는 9.3% 하락했다.

러시아에서 빠져나간 해외자금은 1분기에만 7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유출규모 630억달러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러시아의 해외 직접투자 큰 손인 독일기업도 러시아 자사에 쌓아둔 자금을 본국으로 송환하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의 크림반도 합병에 따른 ‘낙진’을 피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러시아를 떠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르치아 게오아나 동유럽 경제 전문가는 “새로운 지정학적 경제적 냉전이 시작되고 있다”면서 “최소 2~3년간 불안정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의 주된 피해자는 러시아 국민들이 될 것”이라며 “미국과 EU의 경제력과 러시아의 경제력의 격차는 비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국영은행인 VTB캐피탈도 “세계 9위 경제대국인 러시아가 향후 2분기 동안 침체에 빠질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편,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최대 공급 국가인 팔라듐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799.5달러로 2년 반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FT는 “지난주 미국이 러시아 주요 인사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한 이후 팔라듐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 속에 가격이 5% 급등했다”고 전했다. 팔라듐은 자동차 배기가스 오염물질을 처리하는 부품이나 자동차 엔진 등에 사용되는 금속으로 생산량의 77%를 자동차 업계에서 소비한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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