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BP의 주가는 이달 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림반도에 군대를 전격 배치한 이래 6%가 떨어졌다.
다우존스의 석유ㆍ가스기업 타이탄 지수에 편입된 30개 기업 중,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즈프롬을 제외하면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한 것이다.
시장은 이를 서방 제재의 ‘후폭풍’을 예고하는 전조로 받아들이고 있다. 서방의 대러 제재 강화 이후 BP의 러시아 내 투자 자산 가치가 추락할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서둘러 발을 뺀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BP는 단일기업으로는 러시아에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자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BP는 지난해 러시아 최대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의 지분 20%를 매입했다. 지난 2003년 BP가 80억달러를 들여 러시아 컨소시엄사 AAR와 설립한 합작 에너지회사 TNK-BP의 지분 절반을 로스네프트에 넘기면서다.
총 인수금액 550억달러 중 로스네프트로부터 건네받은 현금 125억달러를 제외하고 나면, BP가 갖고 있는 로스네프트의 지분 규모는 300억달러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로스네프트 투자를 통한 원유 생산량은 BP 전체 산유량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한다. 또BP 순익의 13%가 로스네프트에서 나온다.
여기에 지분 소유를 통해 로스네프트와 직접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로스네프트의 회장인 이고르 세친은 이른바 ‘푸틴의 친구들’로 불리는 올리가르히(신흥 재벌) 중에서도 가장 핵심인 인물이다. 지난 20여년 간 푸틴 대통령의 심복을 자처해왔다.
따라서 지금은 러시아 에너지기업 제재로 인한 ‘부메랑’을 우려한 서방 사회가 로스네프트에 대한 즉각적인 제재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결국엔 BP 장기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에드워드 존스 증권의 브라이언 영버그 애널리스트는 “러시아는 미국에 이어 BP의 최대 수익 원천”이라면서 “제재가 강화되면 BP가 다른 에너지 기업들보다 피해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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