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실리콘밸리 냉전 체제, 페이스북과 구글의 군비경쟁
뉴스종합| 2014-03-27 13:28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페이스북과 구글의 ‘군비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최근 앞서거니 뒤서거니 수십억달러의 돈을 쏟아부으며 정보통신(IT) 기업 인수합병(M&A)에 열을 올리고 있는 까닭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IT 냉전의 바람이 불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CNN머니는 “두 회사가 기술업체를 합병하는데 미친듯이 돈을 쓰고 있으며 그들의 목표는 (그렇게 되겠지만)현 사업이 위태로울때를 대비한 후퇴전략 수립”이라고 지적했다.

칼 하우 양키그룹 애널리스트 역시 CNN머니에 “페이스북은 지금 잘 하고 있다. 그들도 핵심사업이 쇠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사진공유, 얼굴인식, 채팅, 가상현실 등에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으며 구글도 이에 질세라 무인자동차,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군사용 로봇, 가정용 온도조절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끌어들이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유망한 기술 자산을 획득해 회사를 유지시키고 지배력을 확장하고자 하는 것이 이들의 의도지만 이같은 기업인수는 장기적 차원의 ‘한 수’다. 아직 구글과 페이스북의 매출 대부분은 광고수입에서 나오고 아직 핵심사업 이외의 사업을 주력으로 키우는 작업은 걸음마 단계다.

게다가 25일 발표된 페이스북의 이번 오큘러스VR 인수는 ‘신의 한 수’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가상현실 장비를 개발하는 오큘러스는 머리에 착용하는 영상장비인 HMD, 오큘러스 리프트를 제작한다. 그러나 사용범위가 제한적이고 다른 곳은 볼 수가 없는 오큘러스 리프트는 게임에만 적합한 장비가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비슷한 구글의 구글글래스의 범용성과 대비시키기도 했다.

구글의 M&A도 언제나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다. 2011년 125억달러를 주고 모토로라의 모바일 사업부를 인수했던 구글은 올 초 레노버에 30억달러에 다시 매각하면서 본전도 찾지 못했다.

CNN머니는 “실리콘밸리 버전의 냉전시대 군비경쟁을 보는 것 같다”며 두 회사가 장기전에 돌입할 경우엔 구글의 승리를 점쳤다. 기업 M&A에도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지난해 기준 현금성 자산만을 비교했을때 구글은 약 590억달러, 페이스북은 약 110억달러였다. 페이스북은 이번 오큘러스 인수에서도 현금은 4억달러만 썼다.

냉전시대 몰락한 옛 소련이 되느냐, 20년 간 세계를 주도해 온 서방이 되느냐는 페이스북과 구글만의 싸움으로 끝나지 않는다. 최고의 자리에 머물기 위해서는 인수와 함께 자회사들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 숙제다.

CNN머니는 페이스북의 먼로파크 본사는 2010년 오라클이 인수한 예전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사용했던 건물이었고 구글 사무실은 지난 2009년 파산신청을 한 실리콘 그래픽스의 본부가 있던 자리였다며 업계의 흥망성쇠를 소개하기도 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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