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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왕조(王朝) · 신정(神政)국가”
뉴스종합| 2014-05-26 11:07
낯선 용어들이 여과 없이 언론을 탑니다. ‘왕이 지배하는 나라’인 왕조(王朝), ‘신이 하는 정치’인 신정(神政) 등등.

6.3지방선거가 카운트다운에 들긴 든 모양입니다. 출처는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고 이 표현을 쓴 이는 이 당의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입니다. 최 본부장은 법조인 출신으로 지략이 뛰어난 정치인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요일인 2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청와대가 홈페이지에 올린 ‘세월호,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동영상부터 작심하고 비판했다고 합니다. 유가족과 실종자가족의 눈물보다 대통령의 눈물을 닦자는 것은 왕조국가적 사고방식이자 더 나아가 신정국가 수준이라고 거칠게 비판한 겁니다.

청와대가 제작한 동영상 홍보자료에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대국민담화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담겨 있습니다. 이를 최 본부장은 “정치공작”’ 또는 “정치적 술책”으로 단정하고, 박 대통령을 지근 보좌하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출국금지 대상으로 간주하기도 했습니다.

치고받는 맛으로 하는 것이 선거라고 하지만 최 본부장의 언사가 아슬아슬합니다. 이에 새누리당이 반박했지만 의외로 톤이 낮습니다. 그런 것에 흔들릴 정도로 맷집이 약한 정부여당이 아니라는 의미일까요. 아니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것일까요.

어느 쪽이든 다 좋습니다. 분명한 것은 지금 청와대나 새누리당이 이런 말을 들을만하다는 입장입니다. 주말, 기자 역시 방송뉴스를 보면서 분명 들었습니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공동선대위원장)은 지원유세장에서 세월호 참상에 대해 용서를 구하며, 박근혜 정부의 성공과 박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드리자고 강조하는 장면입니다.

물론 서 위원장의 언급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박 대통령의 눈물은 나라를 다시 세우고 말겠다는 다짐의 결정체라는 것, 반드시 그렇게 되도록 국민들이 지원하자는 충정어린 호소라는 것, 이를 통해 지지자들이 이탈을 막고 더 확고한 동지적 결집을 끌어내려는 정치기법이란 것을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 굳이 그런 표현을 써야 할 때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희생자와 그 가족들, 그리고 국민들의 마음부터 어루만져야 합니다. 피해자이나 국민을 위한 각별한 힐링(처방) 보다 우선인 것은 그 무엇도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의 지금 자세는 자칫 오로지 특정인을 위하는 그런 구도로 오해받을 만한소지가 충분합니다. 우선 청와대 대통령 주재 회의 장면이 그렇습다. 무슨 연유인지 대통령은 또박또박 준비된 자료를 읽는 것으로 국정지시를 하고 둘러앉은 국무위원이나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은 거의 일사분란하게 뭔가를 받아 적는 모습 말입니다. 새정부 출범 후 줄곧 그랬습니다. 받아 적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메모를 해야 토론이나 답변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너무 경직돼 보인다는 겁니다. 웃음 한 톨 구경하기 쉽지 않습니다. 대통령 혼자 모든 것을 챙긴다는 말이 익숙해진지 오래입니다. 연출일망정 웃는 모습, 자연스럽게 토론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국민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진지한 것과 차가운 것은 분위기가 다릅니다.

우리사회에는 유교적 문화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오랜 세월 국민들은 나라에는 충성, 부모님께는 효가 중시돼 왔습니다. 물론 둘 다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21세기 첨단사회에서도 둘의 가치가 절대적 진리처럼 인식되는 것은 문제입니다. 효보다도 맹목적인 충이 문제입니다.

로열티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Royalty’와 ‘Loyalty’입니다. 전자는 왕조 왕권 왕족 충성 등의 권위적 존재와 권리를, 후자는 같은 충성이지만 신의나 의리 충실 그런 뜻으로 사회적 계약에 의한 것들을 의미합니다. 우리사회는 전자에 너무 치우쳐 후자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입니다.

지금 청와대와 여권 역시 전자에 너무 치중한다는 느낌 지울 수 없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 이들보다 적다면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또 승리할 것입니다. 지켜 볼 일입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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