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청주)= 박병국ㆍ원호연 기자]6ㆍ4 지방선거는 중원싸움이 치열하다. 특히 충청북도는 박빙 경합지역 중한 곳이어서 이목이 집중된다. 충북의 한복판에 위치한 청주시와 청원군이 요충지다. 120여만 명의 충북 전체 유권자 중 절반 이상이 이곳에 모여있는 데다 양측의 지지율도 팽팽해 청주ㆍ청원에서 이겨야 충북 선거에서 승리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새누리당 윤진식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시종 후보는 이곳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열쇠로 본격적인 정부부처 이전을 시작한 세종시의 ‘배후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헤럴드경제가 청주를 방문한 27일 오전 양측 후보는 각각 청주시 흥덕구 신봉사거리와 상당구 내덕칠거리에서 출근길 인사에 나섰다. 이날 윤 후보는 마스크를 쓴 선거운동원 150여명과 함께 등장해 다른 지역에서는 최근 듣기 힘든 로고송에 맞춰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전날 서울신문과 에이스리서치가 발표한 지지율 조사(19세 이상 516명, 95% 신뢰수준에 ±4.3%P)에서 이 후보에게 7.7%포인트 뒤쳐진 상황 때문인지 유세의 강도를 높이는 모습이었다.
반면 이 후보는 차분하고 조용한 유세 스타일로 윤 후보와 대비됐다. 이 후보는 교차로의 한 귀퉁이에서 말없이 손만 흔들었고, 선거운동원들도 별다른 외침없이 고개숙여 인사만 할 뿐이었다. 캠프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의 여파가 완전히 가시지 않아 준비해 둔 10여개의 로고송은 쓰지도 못하고 포기했다”고 밝혔다.
전체 지지율과는 달리 이 지역에서는 윤 후보가 33.8%의 지지율로 30.6% 지지율의 이 후보를 오차범위 내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윤 후보 지지자 중 81.9%가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밝혀 77.3%의 이 후보 지지자보다 결집력이 강했다.
하지만 유권자 3명 중 1명은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혀 부동층의 향배가 승부를 가를 최종 변수가될 것으로 보인다. 청주에서 15년째 거주하며 식당을 운영하는 조원식(45)씨는 “지난 선거에서 이 후보에 투표했다”면서 “(지사 역할을)딱히 못하지는 않았지만 기대치에 못 미치는 부분도 있어 윤 후보에게도 관심이 간다”며 요동치는 민심을 전했다.
두 후보의 고향으로 또다른 전략지역인 충주 지역에서는 이 후보가 16.6%포인트 차로 크게 앞서고 있어 윤 후보의 위기감은 상대적으로 더 크다.
각자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두 후보는 세종시 발전의 과실을 충북이 누릴 수 있는 후광 효과를 내세우고 있지만 두 후보가 제시하는 방법은 서로 다르다. 윤 후보 측은 서울과 세종시를 잇는 교통 인프라를 제시한다. 경기도의 GTX 같이 세종시와 청주시, 청주 공항을 연결하는 광역 철도망을 짓고 서울-세종시 간 제2경부고속도로 건설을 통해 세종시 발전의 과실을 나누겠다는 전략이다.
이 후보 측은 제2경부고속도로가 정부안 대로 지어지면 충북에는 나들목이 없어 배후 효과를 전혀 누릴 수 없다고 비판하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신 천안과 대전 대신 세종시 배후도시 역할을 할 청주청원통합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이 후보의 재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세종시의 관문인 청원군 KTX 오송역 북부 상권 개발도 이슈다. 택시기사 노 모(50)씨는 “30분에 한번 서는 기차 손님을 보고 차를 댈 수 없는 실정이니, 역세권이라도 개발돼야 우리 같은 사람도 먹고 산다”며 “새누리당이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윤 후보는 즉각적인 개발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 후보 측은 땅값 상승을 고려한 점진적 개발로 맞서고 있다.
후보 간 경쟁은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으로도 번지고 있다. 윤 후보는 “이 후보가 청주산업단지에 발암물질을 유발하는 2차전지 기업을 유치해 놓고 도민의 안전과 행복을 외치는 모순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반해 이 후보는 “해당 기업은 새누리당인 정우택 의원이 지사직에 있을 때 유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신 “새누리당과 윤 후보는 세종시 건설 계획을 무위로 돌리려 한 장본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유권자들은 누가 지역 발전에 기여할 경륜과 소통능력을 가지고 있느냐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비박으로 분류되지만 새누리당은 한 가족”이라며 “대선 당시 충북 선대위원장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한 만큼 중앙정부와의 소통에 자신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충주시장부터 지역 국회의원, 도지사 등 필요한 직책을 두루 거친 만큼 충북을 영남과 호남 지역 못지 않은 지역으로 키울 자신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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