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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가 원유감산 안하는 진짜 이유는?
뉴스종합| 2014-12-22 11:32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국제 유가 폭락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감산을 하지 않는 진정한 이유가 30년 전 감산에 따른 ‘통한(痛恨)의 기억’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2일 “사우디의 원유 패권 원천은 자유자재로 증감할 수 있는 생산조정능력에 있다”며 미국의 셰일오일 부상으로 이같은 조정력에 타격을 받게 되자 셰일오일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해 가격전쟁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우디에는 1980년대 원유 감산에 따른 뼈아픈 기억이 있다.

2차 오일쇼크 이후 1985년 원유가격이 급락했을 당시 사우디는 가격 상승을 목적으로 감산에 돌입했지만 무위로 끝났다.

[출처:게티이미지]

한 때 배럴당 40달러를 구가했던 유가는 1986년 1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사우디에 남은 것은 유럽과 멕시코 등에 석유시장 점유율을 잃은 상처 뿐이었다.

당시 유가하락은 1, 2차 오일 쇼크에 놀란 선진국들이 석유 비축을 확대하고 대체 에너지 개발에 주력한데다 영국의 북해 유전 개발과 멕시코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비회원국이 산유량을 증대하면서 초래됐다.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소의 고야마켄 수석연구원은 “사우디의 기억은 이어지고 있다”며 “(지난 11월 OPEC) 감산에 합의하지 않은 것은 자신의 희생으로 다른 이들에 도움이 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사우디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하는 것은 셰일오일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테이쿄헤이세이대학의 도우 스게 교수는 사우디가 2000년대 러시아의 증산으로 갈등을 빚었던 때를 거론하면서 “사우디의 1980년대와 2000년대 공방의 공통점은 생산 조정력 행사에 ‘무임승차’하는 산유국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사우디의 가격전쟁은 미국 셰일유를 정조준하고 있다.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지난 3년간 하루 300만배럴 늘었다. OPEC 회원국이 감산한다고 해도 원유 공급 과잉을 막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사우디 입장에서는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오히려 원유 약세를 용인해 셰일유등 고비용 원유생산량을 억제시키고 흔들리는 생산 조정력을 되찾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게제한 국제유가 추이. (단위: 배럴당 달러)

1973년 제1차 오일쇼크를 주도하면서 OPEC시대를 연 전설적인 석유장관 세이크 자키 야마니는 “석기시대는 돌이 없어졌기 때문에 끝난 것이 아니라 석기를 대체할 기술이 나타났기 때문에 끝났다. 석유도 똑같다”고 말한 바 있다.

닛케이는 “사우디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며 “사우디의 기본 전략은 석유시대를 하루라도 늘려 국가가 얻는 석유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OPEC은 최근 유가급락에도 불구, 인위적인 감산은 없을 것이란 입장을 재확인했다. 

내년 6월 OPEC의 정례 회담 이전에 유가급락을 막기 위한 특별 회동 가능성도 일축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압둘라 알-바드리 사무총장은 “국제 유가가 내년 말까지는 회복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OPEC 생산의 약 3분의 2를 담당하는 사우디,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및 카타르 고위 인사가 잇따라 유가를 끌어내리기 위한 감산은 없다고 밝힌 가운데 나왔다. 

이들은 또 내년 6월의 정례 회담 이전의 특별 회동 가능성도 일축했다.

알-바드리 사무총장은 이날 아부다비 석유 회동 와중에 기자들과 만나 “내년 하반기 말까지 유가가 회복되길 우리가 기대하고 있다”면서 “저유가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그때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의 알리 알-나이미 석유장관도 이날 “그들(OPEC 역외 산유국)도 감산하는것을 물론 환영한다”면서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는 생산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도 분명히 감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석유시장이 개선될것으로 확신한다”고 거듭 밝혔다. 알-나이미 장관은 지난 사흘 사이 두 번이나 이런 발언을 되풀이했다.

쿠웨이트의 알리 알-오마이르 석유장관도 “OPEC가 감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내년 6월까지 아무 일(OPEC의 긴급 조치)이 없을 것이며, 특별 회동도 없다”고 강조했다.

UAE의 수하일 알-마주루에이 에너지장관도 “우리는 시장 펀더멘털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시장 분석에 최소한 6개월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6개월 후 우리가 다시 만날 때도 아무런 일이 없으면 우리 처지가 바뀌지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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