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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전망대] 문제는 ‘복지없는 증세’에 대한 불안
뉴스종합| 2015-01-30 11:16
한국의 조세부담률(GDP 대비 세수 비중)은 24.3%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29개 회원국 평균(34.1%)의 3분의2에 불과하다.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남미의 멕시코와 칠레 두 나라밖에 없다. 덴마크나 프랑스 벨기에 핀란드 스웨덴 등은 40%를 넘는다.

각종 행복도 조사에서 1~2위를 달리는 덴마크의 조세부담률은 한국의 2배가 넘는 48.6%로, 세계 1위다. 소득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행복지수 1위라는 것은, ‘증세’라는 말에 히스테리한 반응을 보이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내는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기 때문이죠. 결국 국민에게 되돌아옵니다. 그러니 기꺼이 지불하죠.”

덴마크인들이 각종 여론조사나 언론 인터뷰에서 거의 빠짐없이 하는 말이다. 자신이 낸 세금이 결국 자신과 가족에게 돌아온다고 믿기 때문에 기꺼이 낸다는 얘기다. 그 세금은 유치원에서 대학까지의 무상교육으로, 전국민 무상의료로, 임금의 80~90%에 달하는 3~4년의 실업급여와 인간적인 생활을 가능케 하는 생활임금으로 돌아온다. 세금이 촘촘한 사회안전망과 안전을 위해 쓰이고, 어디에 얼마가 들어가는지 투명하게 공개된다. 국민은 정부를 신뢰한다. 그러니 높은 세금에도 행복도가 높은 것이다.

한국의 현실에 비하면 ‘별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호화 청사를 짓고, 방만한 공공기관과 업적 과시를 위한 해외자원개발에 수조원을 쏟아붓고,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혈세를 쏟아붓는 것이 현실 아닌가. 고소득을 올리는 전문직이나 부자들은 요리조리 세금을 피하고, 유리알 지갑의 월급쟁이들은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것 또한 현실이다.

정치인이나 관료들은 세금 걷는 것을 ‘깃털 뽑듯이’ 국민들에게 몇 만원에서 몇 십만원씩 더 걷으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돈을 벌기 위해 한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며, 영혼을 팔고 감정까지 판다. 그래도 미래는 보장되지 않고, 위기에 처한 개인이 기댈 안전망도 허술하다. 믿을 건 자기 자신이라는 생각이 강하니, 세금을 더 내는 게 억울한 것이다.

연말정산 파동에서 건강보험료 개편 백지화에 이르기까지 들불처럼 번진 조세저항의 근본 원인은 바로 ‘복지 없는 증세’에 대한 불안, 곧 불신인 것이다.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세금을 더 내야 하고,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증세 없는 복지’가 지속될 수 없는 허망한 구호라는 것도 국민들은 알고 있다. 이런 구호가 오히려 불신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연초에 터진 조세 대란이 오히려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이번에 국민들도 많은 학습을 했다. 여권에서도 이젠 증세를 본격 논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과세의 형평성과 지출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한 걸음도 진전하지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복지 없는 증세’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일이다.

이해준 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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