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지
뮤지컬·연극무대에도‘PPL’ 바람
라이프| 2015-03-20 11:02


뮤지컬 ‘로기수’에서는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암거래를 하는 북한군 병사가 커다란 허쉬초콜렛을 들고 “허쉬초콜렛, 버드와이저…미국은 싫지만 미제는 달라”라는 노래를 부른다. 허쉬초콜렛을 판매하는 한국로투스는 ‘로기수’에 관객 이벤트용 초콜렛 등을 협찬하고 있다.





뮤지컬 ‘아보카토’의 제목은 와인의 당도 중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세미 드라이(Semi Dry) 와인을 뜻한다. 극중에 등장하는 와인은 CSR와인에서 협찬하고 있다.

과도한 간접광고(PPL)는 독이 되기도 하지만 드라마 ‘미생’처럼 잘하면 제작사나 기업 모두에 득이 된다. 드라마, 영화뿐만아니라 뮤지컬, 연극 무대에서도 PPL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 비해 관객들의 집중도가 높고 극의 내용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광고 효과가 큰 것이 장점이다.

‘로기수’의 김태형 연출은 “암거래를 하는 북한군 병사가 얼마나 미국 문화에 빠져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당시 가장 유명한 초콜렛, 술 이름을 가사에 넣었다”고 말했다. 대본이 완성된 이후 ‘로기수’ 제작사는 한국로투스 측에 협찬을 제안했다. 한국로투스는 관객 이벤트용 초콜렛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로기수’ 공연장인 DCF대명문화공장 매표소 앞에 제품 홍보 입간판을 세워놨다.

넌버벌퍼포먼스 ‘난타’는 공연 전 농협 광고 영상을 틀어준다. ‘난타’ 1회 공연에 사용되는 오이 10개, 양파 4개, 양배추 7개, 당근 10개 등은 농협이 협찬한다.

농협은 지난 2010년부터 연간 1억원 상당의 농산물을 난타 제작사인 PMC프로덕션에 제공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PMC프로덕션은 농협이 고객 경품 등에 사용할 ‘난타’ 티켓을 제공하거나, 농협 임직원에게 ‘난타’ 할인 혜택을 준다.

지난 2003년 초연 이후 13개국 100여개 도시에서 공연한 뮤지컬 ‘위키드’의 후원사는 맥(MAC)이다. 주인공 엘파바의 얼굴 등 온몸을 덮는 초록색 화장품은 맥이 개발했다.

맥은 ‘위키드’가 공연되는 도시에서 메이크업쇼 등 각종 이벤트를 벌이기도 한다. 지난 2012년 ‘위키드’ 내한 공연 때는 맥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백스테이지에서 관객들에게 그린컬러를 활용한 메이크업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내 라이선스 공연 때는 빠졌지만 뮤지컬 ‘프리실라’ 해외 공연에는 도미노피자가 대사 중에 등장한다. 주인공인 여장남자 버나드, 아담, 틱이 사막을 가로질러 가던 도중 버스가 고장나 수리공을 부른다. 이때 “30분 만에 오는 것은 도미노 밖에 없어”라는 대사가 나온다.

지난 2013년 연극 ‘연애시대’에는 던킨도너츠가 무대에 등장했다. 극중 이혼한 부부인 리이치로와 하루는 도너츠로 아침을 때운다.

뮤지컬이나 연극의 경우 TV나 영화처럼 제품을 클로즈업하기 어렵고, 관객 숫자가 한정돼 있어 PPL이 활발하진 않다. 제품의 크기가 작으면 2층이나 3층 객석에 앉은 관객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대신 관객들의 집중도가 높고,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들어가 있어 광고 효과가 크다는 것이 장점이다. 기업들은 현물이나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제품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2’를 협찬하고 있는 피죤 측은 “극중 주인공이 세탁소 주인이어서 피존과 액츠가 자연스럽게 소품으로 등장한다”며 “소극장 연극 후원으로 공연 문화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점도 의미가 깊다”고 전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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