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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 콘도·호텔 예약 별따기
뉴스종합| 2015-07-14 11:25
불황엔 해외보다 국내 피서지 몰려
자전거 종주 직장인도 급증
‘빚도 많은데…’ 아예 방콕족도


#. 직장인 윤모(28ㆍ여) 씨는 올 여름휴가를 앞두고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해외가 아닌 국내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7일간 열차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내일로 티켓’의 이용 연령이 올 한 해만 만 25세에서 28세로 높아졌다는 얘길 들었기 때문이다. 윤 씨는 “가뜩이나 돈 나갈 곳도 많은데 무리하게 해외에 나가는 것 보단, 그간 가보지 못했던 국내 관광지를 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근 상당수 기업에서 지난해보다 여름휴가 기간을 늘릴 것이란 조사 결과가 나오며, 올해 직장인들도 사상 최장의 여름휴가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직장인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자전거로 국내 명소 종주를 계획하는 ‘실속파‘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정희조 기자 checho@heraldcorp.com

메르스 여파 등으로 불경기가 계속되며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 국내여행을 선택하는 직장인들이 적잖다.

올 여름휴가 수요가 국내로 몰리면서 국내 유명 피서지 콘도와 펜션, 호텔 숙박권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있다. 수도권 워터파크와 캠핑지 예매도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200% 가까이 폭증하고 있다.

1년차 직장인 유모(27ㆍ여) 씨는 “의류회사에 다녀서 휴가 날짜도 동대문 의류상가 노는 날로 정해져 있는데 하필 그 때가 가장 비싼 극성수기”라며, “그래도 신입들은 무리해서라도 해외여행을 가려고 하는 반면, 연차가 좀 쌓인 분들은 국내여행을 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모(29ㆍ여) 씨도 “휴가 때 통영에 가려고 알아봤는데 이미 괜찮은 숙박업소는 다 예약이 끝났다”면서 “모텔이라도 알아봐야 할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삼성, 현대, CJ 등 대기업이 내수활성화를 돕겠다며 국내 여행을 권장하는 것도 피서지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약 일주일간 국내 여행상품 판매량을 살펴본 결과,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터파크ㆍ스파 입장권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두배 가까이 폭증했다. 콘도ㆍ리조트, 펜션ㆍ캠핑 숙박권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196%, 호텔ㆍ레지던스 숙박권 판매량도 186% 늘어났다.

자전거 족이 늘어나며 자전거 종주를 떠나겠다는 직장인도 증가하는 추세다. 보험회사 직원 김모(31) 씨는 “휴가가 짧아서 뭘 할까 고민했는데 단순히 제주도나 지방 여행을 가는 것보단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자전거 종주를 가기로 했다”고 했다.

일부는 아예 여름휴가를 포기하겠다는 분위기다. 밀린 잠을 자거나 친구를 만나겠다는 직장인도 적잖았다. 이모(27ㆍ여) 씨 역시 “대출금 갚을 것도 좀 남아서 올해는 그냥 집에서 보낼 계획”이라고 털어놨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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