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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한땀 한땀…명품 수제가방 제조‘구슬땀’
라이프| 2015-07-17 11:35

“저희 가방은 ‘메이드 인 코리아’ 명품가방 입니다.”

“이 가방 어느 나라에서 만들었어요?”라고 묻자 바로 날아온 답변이다. 조금도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는 단호한 목소리였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가방 매장을 열고 있는 김정훈(53) 사장이다. 그는 일생의 절반을 손으로 가방을 만드는데 썼다. 업계에서는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고급스런 가방들로 가득 찬 그의 가방매장은 백화점 1층의 명품관 못지않은 ‘아우라’를 자랑한다.


“저는 가죽은 물론 조그만한 지퍼까지 최고급 제품을 사용합니다. 제 작품에 대한 예의이며 자존심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를 ‘가방쟁이’라고 표현하는 김 사장은 군대에서 갓 제대한 1980년 초 가방 만드는 기술을 처음 접했다.

“어렸을 때부터 손재주가 좋았어요. 당시에 명동에서 일 한다는 것이 좋았고 급여도 높았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가방 만드는 데서 느끼는 재미였어요”라고 그는 말했다.

처음에는 외국 명품 가방을 수선하거나 이름 없는 수제가방을 만들었다. 가방 제작 기술을 배운지 6년만에 ‘하이앤드(High-End)’라는 간판을 걸고  공장을 열었다. 자신만의 브랜드로 성공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자리를 잡는 듯 했는데 1990년대 후반 IMF 경제위기를 만났다. 이때 공장을 접은 뒤 무일푼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가방제작 공장의 책임자로 자리를 잡았다. 일본으로 간 이유에 대해, 그는 “돈도 없었지만 가방에 대한 선진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2년간 일본에서 기술을 축적하고 돈을 모은 그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재기에 성공했다.

그가 무엇보다 믿는 것은 ‘기술’이다. 가방을 만드는 탄탄한 기본기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을 우습게 아는 지금의 시대가 아쉽기만 하다. “우리나라 수제가방 기술은 사실 세계 최고입니다. 하지만 그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젊은 사람이 없어요. 기술은 정말 대단한 경쟁력인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TV에서 자신이 만든 가방을 든 유명인사들을 보면 마냥 뿌듯하다는 김 사장에겐 꿈이 하나 있다. 정말 제대로 된 가방학교를 열어 많은 제자를 양성한 후 마음 편하게 은퇴하는 것이다.

“제대로 교육을 하는 가방학교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명품가방하면 이태리와 프랑스 제품를 떠올리는데, 언젠가는 ‘메이드 인 코리아’를 최고로 꼽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글ㆍ사진=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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