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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왕실- 쿠웨이트]후계 둘러싼 암투…주변국선‘미운오리’취급
뉴스종합| 2015-10-29 11:01
외교수완 좋고 돈 많은 쿠웨이트 왕실이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왕정에서 피할 수 없는 후계문제, 그리고 다른 이슬람 국가와는 너무 달라서 비롯되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다.

깨어진 원칙, 갈등의 씨앗=쿠웨이트는 원래 장자상속이 전통이다. 그런데 무바라크 왕이 1915년 후계 원칙을 바꾼다. 자신의 직계인 자베르2세와 살렘 가문에서 번갈아 왕위를 이으라는 유언이다.

그런데 1963년 쿠웨이트 독립을 이룬 압둘라 3세는 1965년 자신의 이복동생 사바흐 3세에게 왕위를 물려준다. 이를 위해 의회에 왕세자 승인권을 부여, 명분도 만들었다.

압둘라3세의 후원으로 사바흐 3세가 왕위에 올랐지만, 의회와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1965년 당시 재정부장관이던 자베르3세가 1977년 왕세자로 지명된다. 자베르3세는 아랍개발기금을 통해 쿠웨이트의 국제적 입지를 높였고, 무엇보다 의회의 이익을 적극 대변했다.

자베르3세의 뒤를 살렘가(家)의 사드 알 압둘라 알 사바흐 국왕이 이었지만 건강 문제로 즉위 8일 만에 퇴위하고, 다음 왕위는 자비르 가문인 현 국왕 사바흐4세에게 돌아갔다. 사바흐4세는 즉위하면서 살렘가의 막내인 모하메드 왕자 대신 자신의 동생인 나와프 왕자를 세자로 지명한다. 자비르 가문이 오랜기간 의회와 우호관계를 다져온 결실이었다. 1955년생인 모하메드는 1937년생인 나와프 왕세자의 다음 순위로 왕위에 도전할 수도 있었지만 2011년 부정부패 혐의로 추방되면서 왕위에서는 멀어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최근 사바흐4세에 의한 의회 해산권 발의가 잇따르고 있어 자비르 가문와 의회의 밀월관계에 금이 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동 이슬람의 미운 오리새끼=쿠웨이트가 중립외교와 강대국 줄서기로 실리를 극대화했지만, 이를 얄밉게 보는 세력도 적지 않다. 여성에 대한 ‘관대함(?)’도 엄격한 이슬람 원칙주의 관점에서는 좋게 보일 리 없다.

1985년에는 자비르 3세 국왕을 대상으로 한 자살폭탄테러 사건이 터진다. 자비르 3세가 부상을 입었고, 경호원 2명과 행인 1명이 사망했다.

1991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도 이란과의 전쟁으로 피폐해진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의 석유를 노렸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가, 깐깐한 자비르3세를 체포하려는 작전이었다는 해석도 있다. 자비르3세는 전쟁 발발 직후 왕실이 신속하게 사우디로 피신해 위기를 모면했다.

지난 6월에는 IS는 쿠웨이트가 수니파 국가임에도 시아파가 인구의 1/3 이상을 차지한다며 테러를 저질르기도 했다. 시아파뿐만 아니라 수니파 내부의 타깃도 된 셈이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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