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 통신 등에 따르면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현지 경찰이 필리핀 남부에서 참수된 백인 남성의 머리를 발견했다고 밝힌 직후 리즈델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
트뤼도 총리는 “작년 9월 21일부터 인질로 잡혀 있던 존 리즈델이 납치자들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에 격분했다”면서 “이는 냉혈한 살인행위이며, 책임은 그를 납치한 테러조직에 있다”고 말했다.
리즈델은 필리핀 민다나오섬 남동부 다바오시(市) 인근 정박지의 요트에 타고 있다가 캐나다인 관광객 로버트 홀과 홀의 현지인 여자친구 테레시타 플로르, 노르웨이 국적 리조트 매니저 키아르탄 세킹스타드 등과 함께 납치됐다.
이슬람 무장단체 아부 시야프는 6주 뒤 이들을 납치했다고 밝혔다. 아부 사야프는 세 사람의 몸값으로 3억 페소(약 73억원)을 요구하며, 구원을 요청하는 인질들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지속적으로 공개해 왔다. 마지막으로 공개된 동영상에서 아부 사야프는 몸값을 1인당 3억 페소로 올렸고, 리즈델은 이달 25일 오후 3시까지 몸값이 지급되지 않으면 자신이 살해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경고시한으로부터 수 시간이 지난 시점에 남성 2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술루주(州)의 홀로 섬 중심가에 비닐봉지에 든 백인의 머리를 놓고 갔다.
트뤼도 총리는 필리핀 당국과 공조해 리즈델을 살해한 자들의 뒤를 쫓고 있으며, 나머지 인질을 구출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직 언론인이자 석유회사 중역 등을 역임한 리즈델은 사실상 은퇴 상태로 필리핀에서 요트를 즐기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부 시야프는 필리핀의 대표적 이슬람 반군세력으로 1990년대 초반 결성됐으며,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와도 연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보다 세력이 약화돼 지금은 조직원이 400여명으로 줄었지만, 밀림이 우거지고 주변에 크고 작은 섬이 많아 정부 치안력이 미치지 않는 남부 민다나오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부 시야프는 특히 작년 1월 필리핀 남부 삼보앙가에 있는 아들 집을 방문한 70대 한국인을 납치한 뒤 10개월 후 시신으로 돌려보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무장단체다.
아부 사야프는 지난 1일엔 필리핀 남부와 가까운 말레이시아 사바주 동부 해상에서한 예인선을 습격, 말레이시아 선원 4명을 납치하기도 했다. 피랍 선원 중 1명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몸값을 주지 않으면 아부 사야프가 우리 모두를 참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말레이시아 일간 더스타가 전했다.
아부 사야프는 앞서 지난달 말 필리핀 남부 해상에서 인도네시아 선원 10명도 납치했다. 아부 시야프는 현재 네덜란드인 1명과 일본인 1명, 말레이시아인 4명, 인도네시아 선원 14명 등 다수의 외국인을 인질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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