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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나이키 vs 언더아머…스포츠산업 ‘왕좌의 게임’
뉴스종합| 2016-06-11 09:41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 기자ㆍ한지연 인턴기자] 미국 프로농구 NBA의 챔피언을 가리는 ‘2015-2016 NBA 파이널’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NBA의 제왕으로 군림해온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 31)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Cleaveland Cavaliers)와 ‘새로운 패자’ 스테판 커리(Stephen Curry, 28)가 이끄는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Golden State Warriors)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맞붙으면서 세계 농구팬들의 관심이 여느때보다 뜨겁다. 

특히나 올시즌 커리가 만장일치로 2년 연속 정규리그 MVP를 차지하고, 그의 팀 워리어스가 20년 전 마이클 조던이 이끌었던 시카고 불스를 제치고 73승이라는 NBA 역대 단일 시즌 최다승 기록을 새로 갈아치우면서, 이번 파이널 게임이 NBA최고 스타의 자리를 커리가 물려받는 대관식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가 많다.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판 커리(왼쪽)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르브론 제임스

그런데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파이널의 진정한 승자는 따로 있다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진짜 승자는 커리도, 제임스도 아닌 미국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UnderArmour)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제임스와 커리에겐 공통점이 있다. 두 선수 모두 스포츠브랜드 언더아머(UnderArmour)와 나이키(Nike)의 모델로 매년 막대한 후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언더아머 창업자 케빈 플랭크(왼쪽)와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

전세계인에게 익숙한 나이키는 1972년 필 나이트(Phil Knight, 78)가 창업한 회사로 수십년간 세계 스포츠 용품 산업의 막강한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이에 반해 언더 아머는 나이키보다 25년 정도 후인 1996년 케빈 플랭크(Kevin Plank)가 세운 후발주자다. 

하지만 성장의 기세는 놀라울 정도로 무섭다. 지난 2011년부터 급격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기존 스포츠 브랜드 시장의 강자였던 나이키가 2011~2015년 매출이 16% 늘어나는데 그치고, 2인자 아디다스는 2.9% 오히려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으로 언더아머는 28% 고속성장했다. 지난해엔 매출 40억달러를 기록하며 아디다스를 제치고 기능성 스포츠웨어 부분에서 업계 점유율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물론 아직 언더아머의 전체 매출은 나이키에 비해 10분의 1 수준에 그치는 수준이지만, 자신들의 주영역인 기능성 스포츠 속옷 외에 신발 등으로 빠르게 제품군을 확대하면서 나이키를 위협하는 추세다.

언더아머의 주력상품은 스포츠 선수들이 속옷처럼 착용하는 기능성 웨어들이다. 창업자인 케빈 플랭크 언더아머 회장은 미식 축구선수 출신으로, 선수 생활을 하며 운동복 안에 입는 언더 셔츠에 땀이 차서 불편했던 기억을 사업 아이템으로 만들었다. 여성 속옷 재질의 합성섬유를 우연히 할머니 집 지하실에서 발견하고, 그 소재가 가볍고 땀에 잘 젖지 않는 운동복이 될 거라 생각했다. 언더아머(Under Armour)라는 사명도 ‘운동선수가 전투 시 착용하는 갑옷’이란 뜻이다. 

전문가들은 언더 아머가 운동복 안에 입는 기능성 속옷에 포커스를 맞춰 틈새시장을 노린 것을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최근 언더 아머는 빠르게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그 확장의 아이콘 역할을 하는 것이 커리다. 커리가 세계적인 스타로 빠르게 발돋움하면서 그를 모델로 내세운 언더아머의 농구화 부분도 함께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커리의 이름을 딴 ‘커리2’농구화가 나오고 난 후 언더아머의 농구화 분야는 64% 성장했다. 언더아머의 모든 스포츠 분야를 통틀어 가장 빠른 성장이다. 

언더아머의 커리 농구화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이미 커리 농구화 시리즈는 르브론과 코비 농구화의 판매량을 넘어섰으며 그 판매액은 연간 기준으로 1억6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 1월 언더아머의 농구화 매출은 355% 폭증했고 2월에는 증가 속도가 더 빨라졌다. 커리가 팀을 이끌고 NBA의 신기록을 향해 달려가던 시점이다. (마이클 조던을 제외하고) 농구화 판매의 제왕이던 제임스도 제쳤다. 1~3월까지는 제임스의 농구화가 커리의 농구화보다 많이 팔렸지만, NBA파이널이 가까워진 4월부터는 커리의 농구화 판매가 더 많아졌다.

언더아머 로고(왼쪽)와 나이키 로고

사실 언더아머가 커리를 모델로 선택한 것은 그들의 언더독 전략(1인자가 아니라 성공 가능성이 있는 2, 3인자를 활용해 이들의 불리함과 도전정신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전략)이기도 하지만, 나이키의 실수로도 불린다. 나이키가 2012년까지 모델이었던 커리와의 재계약을 2013년부터 하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침체기를 겪었던 커리에게서 스타성을 찾지 못한 나이키가 계약을 중단한 반면 커리의 스타성을 본 언더아머는 연간 400만달러로 비교적 싼 가격에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나이키가 커리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았다는 점은 다른 일화에서 드러난다. 재계약 과정에서 나이키가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에 커리가 아닌 케빈 듀란트(Kevin Durant)의 이름이 적혀 있었던 것. 듀란트와 계약 당시 사용했던 프레젠테이션을 재사용했던 것도 모자라,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던 나이키 관계자가 ‘스테판’을 ‘스테폰’으로 잘못 발음하기까지 했다. 커리가 다른 NBA 스타들처럼 자신의 이름을 딴 농구 캠프를 열고 싶다는 바람도 이뤄지지 못했다. 그렇게 나이키가 놓친 커리는 지금 최고의 스타가 됐고, 언더아머의 커리 농구화는 없어서 못 팔만큼 히트작이 됐다.

나이키의 르브론 농구화

그렇다고 나이키가 당장 직격탄을 받는 것은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나이키는 농구 외에도 축구, 야구, 미식축구 등 거의 모든 스포츠 분야 상품에서 절대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주력 상품이었던 농구화의 판매가 감소하며 나이키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르브론과 듀렌트 농구화 판매 감소는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농구화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조던' 브랜드가 나이키 제품이지만 다른 농구화들과 달리 마이클 조던이 이미 은퇴한 선수라는 점에서도 안심하기 어렵다. 커리가 얼마나 성장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언더아머와 나이키의 라이벌 싸움은 농구판을 넘어 모든 스포츠 분야로 확대될 전망이다. 언더아머는 농구와 골프로 영역을 넓히며 그 분야에 떠오르는 최신예 스타들을 모델로 영입하고 있다. 클레이튼 커쇼(야구), 스테픈 커리(농구), 조던 스피스(골프)가 대표적이다. 이에 반해 나이키는 르브론 제임스(농구), 타이거 우즈(골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축구) 등 기존의 대스타들을 후원하고 있다. 앞으로 이들 스포츠 스타들의 활약에 따라 언더아머와 나이키의 스포츠 브랜드 시장에서의 명암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언더아머 창업자 케빈 플랭크의 자산은 37억달러(4조3000억원), 나이키의 창업자 필 나이트의 자산은 280억달러(32조7000억원)에 이른다.

vivid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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